9월22일 일요일
어짠지 시방 바람이 제법 선더그리 하네! (=어쩐지 지금은 바람이 제법 쌀쌀하네!)
어젯밤까지 비가 제법 내리는가 싶었는데 아내가 운동 나가면서 찍어 보낸 사진에는 물이 제법 찼다. 가을도 이 처럼 차올라야 하는데 왜 이렇게 더딘지 모르겠다. 바깥을 내다보니 비는 멈췄지만 하늘엔 먹구름이 한가득이다. "오늘도 비가 한줄기 정도는 오겠구나!" 하고 속으로 말하면서 달력을 봤다. 빨간 숫자 22 밑에 까만 글자로 "추분"이라고 쓰져있다.
"아! 이제는 가을이구나!" ㅎㅎ
추분(秋分)은 24절기의 16번째로 하지 이후 낮의 길이가 조금씩 짧아지다가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는 것이 추분이다. 이제부터는 차츰씩 낮이 짧아져서 바야흐로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다가오는 그야말로 가을이 시작되는 것이라지? 그래서 이렇게 선선하구나! "야 호~! 아따 참! 무더위 참느라 고생했다!"
추분에 대한 기록을 보니 "추분에는 벼락이 사라지고 곤충들은 땅속으로 들어 가고, 물이 마르기 시작하며 태풍이 부는 때라고 하며, 이날엔 논밭의 곡식들과 목화를 재배하고 고추를 따서 말리며 그 밖에도 잡다한 가을걷이 일을 끝냈다고 한다. 그리고, 호박고지, 박고지, 깻잎, 고구마순도 이맘때 거둬 산채를 말려 묵나물을 만들 준비를 했다고 하며, 또한 이날의 바람을 보고 이듬해 농사를 점치는 풍속이 있으며 만약에 건조한 바람이 불면 다음해 대풍이, 만약 추분이 사일(社日) 앞에 있으면 쌀이 귀하고 뒤에 있으면 풍년이 든다고 믿었다고 한다. 바람이 건방이나 손방에서 불어오면 다음해에 큰 바람이 있고 감방에서 불어오면 겨울이 몹시 춥다고 믿었으며. 또 작은 비가 내리면 길하고 날이 개면 흉년이라고 믿었다고 한다. 그 외에도 추분엔 노인성제(老人星祭)를 지내 수명장수를 기원했다고 전해진다"고...
그리고, "이날의 제철 음식은 고등어, 광어, 갈치, 가지, 버섯, 호박고지, 박고지, 깻잎, 고구마순 등이라고 한다"는데 오늘 우리집 점심 메뉴엔 뭐가 나올지 기대를 해도 될라나? "한게 뭐 있다고 기대를 해?" 하고 한대 맞을 것도 같지만 아무튼 ㅎㅎ
그런데, 내가 언제부터 이렇게 계절에 대해 민감하게 생각했지? 하는 궁금증이 새쌈스럽게...
이게 시간적 여유가 있어서인지 아니면 늙어 가니까 별별 생각이 다 몰려 나오는 것인지 어쨌던 묘하다.
아무튼 내가 가을을 좋아하는 것은 분명하다.
하루 즉 아침, 낮, 저녁, 밤을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로 나눠 보더라도 노을이 아름답게 지는 저녁이 가장 좋다.
특히 날씨가 좋으면서도 구름이 깔리는 저녁은 일부러 노을을 기다리기도 한다.
하물며 작은 소망이지만 이 세상을 끝낼 때도 환상적인 노을을 보며 마감할 수 있다면 ...
그런 생각은 벌써 어릴 때 고향에서 부터 생겼지 싶다.
고향이라야 여기서 고작 10리도 안되는 곳이지만 왜 그렇게 그리운지?
이제 도시계획에 따라 내가 살던 그 집도 없어졌지만 그래도 맘 속엔 항상 그 풍경들이 벽지처럼 고정되어 있다.
어린 학생이었지만 공부보다는 집 일이 더 중했던 시절, 밭에 나가서 일을 마치고 저녁 무렵에 집으로 돌아 오는 길!
그 길은 어쩌면 일을 끝냈으니 가벼워야 했지만 바지개를 얹은 지게가 언제까지 등에 붙어 있을지 고민으로 가득했고,
작디작은 머리에 가득채운 그 고민의 무게로 고개마저 들 수 없어서 오로지 길만 보고 걸었던 그 때!
문득 다시 길이 밝아지나 싶어서 고개를 들어보면 "뜨아~!" 온 천지가 황금빛으로 물든 그 풍경!
가슴을 지게 작대기로 받히고는 땅거미가 세상을 까맣게 삼킬 때까지 지켜보던 그 찬란한 빛!
그 빛이라면 아스라히 멀고 먼 그 곳까지라도 따라가고팠던 시절! 아 그립다!ㅎㅎ
오늘은 오후 근무라서 아직도 시간이 여유롭다.
그래선지 더 세밀한 생각으로 자꾸 빨려들고 싶지만 여기서 멈춰야만 한다.
이 생각으로 내 일과가 온전히 이어질 수는 없는 것이니 끊어 주는게 현명한 것 아닐까?!
어쨋거나 이제는 가을이고 계절이 바뀌는 환절기니까 건강에 조심들 하기 바라면서...
태화동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