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일 월요일
안녕하세요? 칠월의 하늘은 파랗습니다.
어제 내린 비 때문에 미세먼지까지도 싹 씻겨 내렸는지 세상 모든 것이 세수를 한 듯 깨끗하게 보입니다. 다만 바람이 불지 않는 여름 날씨라서 약간 더위가 느껴질 정도입니다.
오늘은 칠월입니다.
칠월이라? 하고 머리 속 칠판에 쓰고보니 이육사선생님의 詩가 제일 먼저 떠 오릅니다.
그냥 스칠까 생각하다가 인지능력도 시험해 볼 겸으로 아는데 까지 읊어 봅니다.
청포도 / 이육사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 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먼 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단 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 먹으면
두 손은 함뿍 적셔도 좋으련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두렴.
이제, 이런 유명한 시도 완전하게 외우지 못하고 기억을 짜내고 짜내도 안되는 것은 거기서 일보도 진전하지 못하는 나이가 된 것 같습니다. 어쩌면 이런 상황이 자연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내가 너무 빨리 늙어가는가 싶기도 합니다. 며칠 전 초등학교 동기 여학생의 카톡 대화가 생각 납니다. "이제 부부 둘이 누워있으니 요양원 같다" 라는...ㅎㅎ
7월이면 이제 본격적인 여름으로 들어 갑니다.
벌써 시장에는 여름과일이 가득하게 진열되어 있습니다. 물론 온실에서 재배한 것도 있겠지만 채소도 내가 좋아하는 노각이며 감자도 나오고 과일은 살구, 복숭아, 자두, 참외, 수박 할 것 없이 진열대를 가득 채우고 있습디다.
참외, 수박을 생각하니 내 어릴 때가 생각납니다.
내가 초등학교에 갓 들어 갔을 무렵인가 아니면 예닐곱살 정도였는지는 기억이 가물거리지만 우리 밭이 지금의 중구청 앞 어디엔가 있었는데, 이맘 때는 밭의 참외와 수박을 지키러 매일 밭에 나가야 했습니다. 어떤 날은 누나도 갔었지만 밤에는 우리들이 보초(?)를 서기에는 무서워서 아버지의 몫이 되었는데 아침이면 아버지와 교대를 하거나 아버지의 식사를 전달하기 위하여 무조건 밭에 나가야만 했었지요. ㅎㅎ
밭에는 원두막 한채가 있었는데 거기가 우리의 홈그라운드였지요!
전망이 좋아야 멀리서도 도둑들을 감시할 수 있으니 제일 높은 위치에다 지어서 요즘 말로 뷰(VIEW)가 끝내줬습니다. 높은 곳인데다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야 하는 원두막이니 시원한 전망은 말할 것도 없고, 사방으로 열리게 만든 원두막 창을 위로 올리면 바람이 베르누이 현상으로 지나가는데, 그 시원함이란? 요즘 에어컨이 아무리 좋다 한들 자연풍으로 그렇게 시원한 바람을 만들기는 불가능이지요! 암튼 거기서 공부도 했고, 배가 고프면 사다리를 타고 내려가면 향긋하게 익은 참외가 "어서옵쇼"하고 기다려 줬으니 배고픈 시절에 천국이나 마찬가지였지 싶네요. ㅎㅎ
그래서 오늘은 향수를 달래려고 아니 향수를 불러 보려고 인터넷에다 원두막사진을 찾아보니 "허~얼!"
내 기억 속의 짚으로 이엉을 덮은 원두막은 전혀 검색되지 않고 거의 동네 공원에나 있을 법한 정자형태의 구조물만 보이네요. 이걸 보니 "세월무상이로구나!" 싶기도 해서 그림으로 라도 하나 남겨야 하나 싶네요. ㅎㅎ
그러고 보니 또 하나 궁금증이 생기는 것은 아버지 혼자서 어떻게 그런 원두막을 지을 수 있었을까 싶기도 하네요. 요즘같으면 고소사다리도 있어서 장비발(빨)로 지으면 되겠지만 그런 장비도 없는 상태인데 네개의 튼튼한 기둥을 세우고 윗부분에 바닥을 만들고, 그 위에 지붕골격을 연결하여 얹고, 그 위에 짚으로 만든 이엉을 덮고, 사방으로 미닫이 창(문)을 달고...
우와! 엄청 힘들고 위험한 작업들인데 어떻게 혼자서 해냈을까? 아버지는 슈퍼맨이셨나? ㅎㅎ
이런 저런 옛날 생각을 하면 하루종일 얘기를 해도 끝이 없을 듯 하네요. 그렇지 않습니까? ㅎㅎ
암튼 오늘부터 칠월이 시작되는데 공교롭게도 업무를 시작하는 월요일이네요.
오늘 날씨도 만만찮은 더위가 될 것 같은데 그렇지만 시작만 하면 반은 먹고 가는 것이라고 속담에도 있으니 맘 편히 잡수시고 멋진 칠월이 되기를 기원하겠습니다. 그럼 힘내서 아자~자~자잣!
태화동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