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오늘은

현충일 240606

by 올곧이 2024. 6. 6.

6월6일 목요일

 

 오늘은 현충일 아침입니다.

요즘 같이 나라가 시끄러울 때는 더욱 태극기를 생각하게 되고 의지하고픈 심정입니다. 

그래서, 일어나기 바쁘게 베란다 창을 열고 태극기부터 달았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현재는 이것 밖에 없고 이것마저 하지 않는다면 대한민국 국민이라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 싶어서...

그저, 먼저 가신 순국선열님께 후손되는 입장에서 이런 나라를 만든 우리들이 면목없음을 고백하고 사죄하는 심정입니다. 오늘도 출근을 해야 하는 딸래미에게 태극기를 보고 가라고 얘기하려는데 벌써 방문을 닫는 소리가 인사소리와 겹쳐 들립니다.

 

 하는 수 없이 컴퓨터를 열고 태극기 이미지를 찾아서 안부 인사를 덧입히고 단톡마다 아침문안을 보냈습니다. 지인들이 보내주는 카톡에도 나와 비슷한 생각들이 보입니다. 우리 세대가 할 수 있는 것은 이것 밖에 없을까 싶기도 하지만 경제적인 여유가 그렇게 따라주지 못하니 마음에 두고 있는 일만 늘어날 뿐입니다. 순국선열들의 희생을 생각하면 늘 부족한 내가 마냥 부끄러울 뿐이지요! 송구합니다!

 

 때맞춰 아내가 밝은 얼굴을 내밀며 "오늘은 뭐해요?" 라는 애교로 잠시동안의 부끄럽던 생각을 끊어 줍니다.

"뭐하긴 뭐해? 쉬어야지!"라고 퉁명스럽게 대답을 하고는 또 후회를 합니다. 기왕 좋은 말로 기분을 올려 주면 될 것을...

그렇습니다. 항상 이런 식인데도 사랑을 받는 내가 남편될 자격이나 되나 싶고 아내에게 무한정 고맙다는 마음을 가집니다.

 

 실은 그저께 저녁에 번개팅으로 울산에 사는 가족들을 만나서 그동안 참아왔던 소맥을 두 잔이나 하고 과식에다 말을 많이 했는 탓에 어제는 오후에 서당에 가는 일도 버겁게 느껴졌었지만 저녁을 먹고 운동을 나가는 아내를 외롭게 보내기가 그래서 같이 운동을 나갔는데 또 무리를 했습니다. 고작 만삼천보 내외를 뛰었으니 내 체력에는 무리가 된 것은 틀림없었을 겁니다. 아침에 여덟시가 가깝게 늦잠을 잤으니...

그렇지만 말 한마디에 천냥 빚도 갚는다는데 나는 그걸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은 반성해야 마땅합니다. ㅎㅎ

 

 오늘은 바람도 불지 않고 현충일 답게 뭔가를 생각하라는 듯 주변이 조용합니다.

나라를 위해 목숨조차 희생한 분들을 생각하면서 조용히 보낼까 생각 중인데 바람도 없는 날씨가 아까워서 자전거를 타고 한바퀴 돌고 싶은 생각도 듭니다.

 

 일단 오늘은 현충일이니 조금 더 여유를 갖고 내 나라를 다시 생각하면서 하루를 보내고 싶네요!

모처럼 시와 노래도 곁들여 가며...

 

《국군은 죽어서 말한다  // 모윤숙》


나는 광주(廣州) 산곡(山谷)을 헤매다가

문득 혼자 죽어 넘어진 국군을 만났다


산 옆 외따른 골짜기에 혼자누워있는 국군을 본다
아무말, 아무 움직임 없이 하늘을 향해 눈을 감은 국군을 본다


누른 유니폼, 햇빛에 반짝이는 어깨의 표지

그대는 자랑스런 대한민국의 소위였구나
가슴에선 아직도 더운 피가 뿜어 나온다


장미 냄새보다 더 짙은 피의 향기여!
엎드려 그 젊은 주검을 통곡하며
나는 듣노라! 그대가 주고 간 마지막 말을...


나는 죽었노라, 스물 다섯 젊은 나이에
대한민국의 아들로 나는 숨을 마치었노라
질식하는 구름과 바람이 미쳐 날뛰는 조국의 산맥을 지키다가
드디어 드디어 나는 숨지었노라

 

내 손에는 범치 못할 총자루, 

내 머리엔 깨지지 않을 철모가 씌워져
원수와 싸우기에 한 번도 비겁하지 않았노라
그보다도 내 핏속엔 더 강한 대한의 혼이 소리쳐
나는 달리었노라, 산과 골짜기, 무덤 위와 가시 숲을
이순신같이, 나폴레옹같이, 시이저같이
조국의 위험을 막기 위해 밤낮으로
앞으로 앞으로 진격! 진격!
원수를 밀어 가며 싸웠노라
나는 더 가고 싶었노라, 저 원수의 하늘까지
밀어서 밀어서 폭풍우같이 

모스크바 크레믈린탑까지 밀어 가고 싶었노라


내게는 어머니, 아버지, 귀여운 동생들도 있노라
어여삐 사랑하는 소녀도 있었노라
내 청춘은 봉오리 지어 가까운 내 사람들과 함께
이 땅에 피어 살고 싶었었나니
아름다운 저 하늘에 무수히 날으는
내 나라의 새들과 함께
나는자라고 노래하고 싶었노라
나는 그래서 더 용감히 싸웠노라, 그러다가 죽었노라


아무도 나의 주검을 아는 이는 없으리라
그러나 나의 조국 나의 사랑이여!
숨지어 넘어진 내 얼굴의 땀방울을
지나가는 미풍이 이처럼 다정하게 씻어주고

저 하늘의 푸른 별들이 밤 새 내 외롬을 위안해 주지 않는가?


나는조국의 군복을 입은 채
골짜기 풀숲에 유쾌히 쉬노라
이제 나는 잠에 피곤한 몸을 쉬이고
저 하늘에 날으는 바람을 마시게 되었노라
나는 자랑스런 내 어머니 조국을 위해 싸웠고
내 조국을 위해 또한 영광스럽게 숨지었노니
여기 내 몸 누운 곳 이름 모를 골짜기에
밤이슬 내리는 풀숲에 나는 아무도 모르게 우는
나이팅게일의 영원한 짝이 되었노라

 

바람이여, 저 이름모를 새들이여
그대들이 지나가는 어느 길 위에서나
고생하는 내 나라의 동포들을 만나거든
부디 일러 다오,

나를 위해 울지 말고 조국을 위해 울어 달라고


저 가볍게 날으는 봄나라 새여
혹시 네가 날으는 어느 창가에서
내 사랑하는 소녀를 만나거든
나를 그리워 울지 말고 거룩한 조국을 위해
울어 달라 일러 다오

 

조국이여! 동포여! 내 사랑하는 소녀여!
나는 그대들의 행복을 위해 간다
내가 못이룬 소원, 물리치지 못한 원수
나를 위해, 내 청춘을 위해 물리쳐 다오

 

물러감은 비겁하다.

항복보다 노예보다 비겁하다
둘러싼 군사가 다아 물러가도 대한민국 국군아! 

너만은 이 땅에서 싸워야 이긴다, 이 땅에서 죽어야 산다
한 번 버린 조국은 다시 오지 않으리라, 다시 오지 않으리라
보라! 폭풍이 온다, 대한민국이여!

 

이리와 사자 떼가 강과 산을 넘는다
내 사랑하는 형과 아우는 서백리아
(시베리아) 먼 길에 유랑을 떠난다
운명이라 이 슬픔을 모른 체 하려는가
아니다, 운명이 아니다. 아니,운명이라도 좋다
우리는 운명보다 강하다, 강하다!

 

이 원수의 운명을 파괴하라 내 친구여!
그 억센 팔다리, 그 붉은 단군의 피와 혼
싸울 곳에 주저 말고 죽을 곳에 죽어서
숨지려는 조국의 생명을 불러 일으켜라
조국을 위해선 이 몸, 이 숨길 무덤도 내 시체를 담을
작은 관도 사양하노라

오래지 않아 거친 바람이 내 몸을 쓸어가고
저 땅의 벌레들이 내 몸을 즐겨 뜯어가도
나는 즐거이 이들과 함께 벗이 되어 행복해질 조국을 기다리며
이 골짜기 내 나라 땅에 한 줌 흙이 되기 소원이노라

 

산 옆 외따른 골짜기에 혼자 누운 국군을 본다
아무말, 아무 움직임 없이 하늘을 향해 눈을 감은 국군을 본다
누른
(런) 유니폼, 햇빛에 반짝이는 어깨의 표지
그대는 자랑스런 대한민국의 소위였구나


가슴에선 아직 더운 피가 뿜어 나온다
장미 냄새보다 더 짙은 피의 향기여!
엎드려 그 젊은 주검을 통곡하며
나는 듣노라, 

그대가 주고 간 마지막 말을.

 

https://youtu.be/wE4wpdOSIgk?si=plENnRuBomLhebD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