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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2월이네! 240201

by 올곧이 2024. 2. 1.

2월1일 목요일

 

 

 2월의 첫 날입니다.

아침 8시 현재 기온은 8도를 넘어서고 있고 살랑이는 바람은 창을 열어도 춥지 않으며 오히려 촉촉한 느낌이 들어 금새라도 봄이 올 것만 같은 기분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비를 머금은 구름들이 봄을 내려달라는 듯 하늘마당 가득히 엎드려서 창조주에게 소원을 빌고 있는 듯  보이니까요.

 

 봄이 되면 아파트 옆을 흐르는 명정천에는 따스한 강바람이 올라오고, 입화산 골골의 얼었던 얼음이 녹아서 맑은 물이 졸졸졸 흐르며 뭇 산새들이 마을로 내려와 다투듯이 봄 노래를 하면 아파트 입구 엉뚝에는 잔뜩 치장을 한 광대꽃과 봄소식을 전하려는 보라색 까치꽃이 서로 먼저라며 얼굴을 들이밉니다.

지난 봄까지만 해도 수줍던 늙은 소년은 광대꽃의 유혹을 받고는 숨어 있는 별꽃에게 눈길을 돌리며 장난을 치곤 했습죠.

그럴 때면 복스럽게 살이 찐 버들개지도 봄바람과 연분이 생겨 통통거리기도 하고... ㅎㅎ

 

 그런데, 올 해 부터는 새들도, 별꽃들도, 버들개지도 아마 더는 보지 못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벌써 며칠 전부터 명정천에는 구청의 인부들과 장비들이  '명정천 살리기'를 한다면서 냇가를 호위하듯 무성하게 자란 나무들을 잘라내고 그 자리에 석축을 쌓는다며 자연의 모습들을 지우고 있으니까요.

 

 여태 명정천이 죽어있던 것도 아니었는데 무슨 "명정천 살리기"를 하겠다는지? 이제부터 2월을 시작해야 하는 첫 날 아침인데 이런 생각들을 하다보니 힘이 쭉! 빠져 나가는 기분이 듭니다.

나는 자연천 그대로가 운치있고 좋지만 관청에서 공사를 하는 것을 보면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원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양보를 하자고 마음을 다스리고는 있지만 아쉬움이 자꾸만 커지고 있네요. 

 그래서, 아침 안부를 쓰기 전에 가졌던 2월의 첫 기분이라도 남기면서 명정천이 지금보다 훨씬 더 좋아지기 만을 염원해야겠습니다.

 

아무래도 오늘은 비가 내릴려는지 쉬이 날이 밝아지질 않네요. 그래도 우리는 할 일이 있어야겠지요?

시작만 하면 반은 먹고 갈 수 있으니 일단 좋은 일 부터 찾아 봅시다. 화이팅!

 

《2월 첫날에》

1월의 마지막 밤엔 비가 왔었나 부다

적당히 젖은 뒷산 모랭이 텃밭 가장자리는 보랏빛 까치꽃을 부르고

포근한 강바람은 명정교를 넘었다며 승리의 태극기들을 펄럭이고 있다

 

어항 속 구삐들은 밤새 잠을 설쳤나 부다

이제나 저제나 간절하던 솟대도 봄을 기다린 듯 길다란 목을 내밀고

달력을 보던 사나이는 이틀이나 깎인 날짜를 보며 긴 수염을 만지고 있다

 

오늘이 오기까지 서른 하루를 준비한 1월이여!

내년이면 또 찾아 올 것은 알지만 지금의 내가 그 때의 내가 아니듯이

자네 또한 같은 이름의 또 다른 운명이기에 늦게나마 고마움을 전하노니

아쉬움은 모두 거두시게 그 것으로 꽃을 피우는게 우리의 숙명이려니... 

 

https://youtu.be/DJKAgNsF7a4?si=EWsuCJQooKdlMV4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