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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안녕하세요? 231107

by 올곧이 2023. 11. 7.

11월 7일 화요일

 

오늘의 선물은 파아란 하늘이라는 듯이 아주 맑고 깨끗합니다.

늦은 아침인데도 기온은 오르지 않고 12도에 머물러 있네요. 

뒷 창문을 열었더니 산아래에서 바람이 일어서 소나무를 타고 꼭대기까지 휘청거리고 있습니다.

앞 베란다 창을 여니 차가운 바깥 공기가 실내의 따스한 공기를 데리고 쏜살같이 달아납니다.

역시 떠나는 가을은 별 볼일 없고 다가오는 겨울이 대세인 듯 느껴집니다.

 

어제는 자형 누님들과 즐거운 하루를 보냈습니다.

아직도 현역으로 뛰고 있는 막내 동생도 휴가를 냈다면서 합세를 하니 차가 정원을 넘어선지 무거웠습니다.

때 맞춰 기름도 빵빵하게 넣었으니 그러고도 남았을 겁니다.

맨 뒷자석은 평소 때면 트렁크로 쓰일 정도로 여유로 운용했는데 1명을 초과한 3명이 앉았으니...

정원초과라서 불법인데다가 비좁기도 하여 불편했을 테지만 역시나 형제끼리라서 그런지 즐겁기만 했습니다.

 

정자동에 있는 횟집은 단골이라서 먹을 만큼 충분한 양이었음에도 추가로 한접시를 더 시켰습니다.

사장님이 놀랍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우리 식구들은 당연하다는 듯 '너무 잘 먹지요?'라며 진정시켰습니다.

평소에도 해산물을 잘 먹기는 했지만 어제는 창년누님만 빠지고 모두 모였으니 기분으로 먹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는 차를 타고 바닷가로 눈요기를 즐기며 삼태봉 입구에 있는 '500'이란 카페에 갔습니다.

산 위에 있는 카페여서 그런지 '속이 후련하다'는 큰누님의 평가에 장소를 담당한 아내는 흐뭇한 표정입니다.

 

어릴적 추억 몇자루를 쏟았더니 시간이 언제 지나갔는지 저녁이 가까워 졌습니다.

어쩔 수 없이 헤어져야 했지만 '헤어지기 싫다'는 소리가 왜 그렇게 애처러움으로 남는지?

다음에는 창녕 누님을 보러 우리가 창녕으로 가든지 해야 할 것 같았습니다.

역시 피는 물보다 진하니까!

 

오늘은 근무가 오후라서 조금은 느긋해서 신문을 읽었습니다.

복잡하고 어지러운 세상사야 맨날 있는 것이니 대충 읽었지만 감정을 두드리는 내용들이 보이네요.

엄마이자 아내가 떠나 보낸 아들과 아버지의 스토리로 엮는 민병훈 감독의 영화 '약속"의 스토리가 그러했고,

어쩔 수 없어 같이 살게 된 길고양이 '습득이'를 생각하면서 길고양이들을 걱정하는 김미옥 여류작가가 그랬습니다.

아무 관련도 없고 대화도 할 수 없지만 이 추운 겨울을 잘 이겨내기를 바라는 마음들...

짠하게 느껴지네요.

 

얼마 전, 나도 그런 경험을 가졌었거든요!

적적한 시간마다 작업장에 난 하얀 민들레를 찾아가서 교감을 가졌었거든요!

노란 민들레는 흔했지만 그 가운데 하얀 민들레가 외롭게도 보였고 노란 민들레와 어떻게 다른지도 알겸...

목이 타는 땡볕에서도 꽃을 피우고, 씨앗을 맺고, 그걸 지키기 위해 꽃받침으로 꼭 감싸고 있는 모습!

그러다가 씨앗이 여물면 씨앗 하나하나마다 솜털같은 날개를 붙여주고 우주를 향해 날리려고 했을 텐데...

그런데 결말도 보기 전에 하루 아침에 예초기를 들이대서 가루로 만들어 버렸으니...

그동안 자기를 애지중지하게 지켜 본다고 믿었을 텐데 그에 대한 배신은 얼마나 클까?

인간이란 저런 것이 본질이었나 하고 원망했을 것을 생각하니 그저 미안하고...

그나마 상심하고 원망할 시간이나 줬을까 싶은 마음도 있고...

그래서 그 자리를 자주 찾아가 보지만 흔적도 찾을 수 없고 마음만 아플 뿐입니다.

다행히 여러해 살이라는 것에 기대를 걸 뿐이지요!

뿌리라도 숨어있다가 내년에 다시 볼 수 있기를...

 

아이쿠! 

날씨도 좋은데 너무 가슴아린 얘기를 하게되었네요.

쓸데없는 감성질이라고 넘겨버리시고 멋진 오늘을 시작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내일이 입동이니 만큼 오늘부터 기온이 내려간다고 하니 건강 잘 지키십시오.

 

태화동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