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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안녕하세요? 230811

by 올곧이 2023. 8. 11.

8월11일 금요일

 

딱 좋다!

이 세 글짜로 오늘의 기분을 전부 전했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공기가 선선해서 얇은 홑이불로 배를 덮고 잤는데 추운지? 더운지? 모르게 잠을 잤습니다.

북쪽으로 하얀구름이 몇 개가 떠 있고 온통 파란 하늘이고 강변쪽의 흰 아파트가 햇살을 받고 있습니다.

매미도 다시 울기 시작했고 산밑 텃밭에는 주인들이 나타나 태풍피해가 없는지 살피고 있습니다.

언제 다시 갈았는지 쪽파를 심을 만한 크기만큼 빈 밭이 보입니다. 이제 가을이 왔나 봅니다.

 

가을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계절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파릇파릇한 식물들이 땅에서 돋아나고 꽃들이 피는 봄을 좋아하지만 나는 좀 다른가 봅니다.

가을은 봄에 나고 자라고 핀 것들이 여름을 맞고 왕성하다 세상과 이별을 준비하는 그 장엄함이 좋습니다.

비록 계절이란 일년에 서너 번 바뀌지만 인생의 축소판 같은 생각이 들지 않습니까?

똑같은 노을이지만 화려한 아침 노을 보다는 저녁 노을이 더 좋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오늘은 잠을 잘자서 그런지 기분도 좋습니다.

낮 기온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지만 이 상태가 지속되면 좋겠는데...

태풍이 지나가는 길목에서 홀로 부스에 앉아 태풍의 위력을 지켜봤지만 지나고 나니 이 또한 추억이 되었습니다.

우산도 펼치기 바쁘게 뒤집어 지고, 펼칠 힘이 없는 할머니들은 접은 상태로 얼굴만 가리고 가는 장면들!

가로수들이 열매가 떨어지고, 이파리들이 찢어져 마친 듯이 날아가고, 열매가 떨어지고, 가지도 부러지고...

이곳 저곳에서 살기 위해 비바람에 저항하는 장면들 너머로 하늘과 맞닿은 교회의 십자가는 아는지 모르는지?

산 것도, 죽은 것도, 죽어 가는 것 모두가 비바람으로 내 눈에서 멀어져 가는 모습들을 보니 두렵기도 했지요.

그 동안은 집에서 기상상황만으로 보고, 들었기에 몰랐지만 직접 태풍 속에 있어보니 생각이 많아집디다.

피해가 얼마나 많았는지는 오늘 뉴스를 보면 알겠지만 암튼 이 일을 통해 좋은 경험을 한 것 같습니다.

 

오늘도 아침 근무라서 일찍 나가야 하지만 태풍으로 일터가 사라져서 시간 맞춰서 나가려 합니다.

아마도 많은 인원을 지원받아 씼고, 쓸고, 옮기고, 재건 작업을 해야만 될 것 같습니다.

땀 깨나 흘려야 되는 날입니다.

 

부지런히 일하는 것은 좋은 결실을 맺기 위함인데 일을 마칠 때 쯤에는 보기 좋은 저녁 노을이라도 봤으면 싶네요.

그럼, 기분좋은 오늘을 주신 은혜에 감사하며 서서히 시동을 걸어 봅시다.

화이팅!

 

태화동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