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오늘은

안녕하세요? 230523

by 올곧이 2023. 5. 23.

5월23일 화요일

 

잘 주무셨습니까?

바람은 없지만 찹찹한 느낌이 맨살에 스미는 듯한 이른 아침입니다.

산밑 텃밭 주인이 긴 장대같은 호미로 풀을 매는 동안 산새들은 물을 머금은 듯 아름다운 노래로 힘을 북돋습니다.

이미 고추는 보조 막대를 잡고 무릎 높이로 섰으며 호박잎도 제법 커다란 잎을 보이며 호기를 부리고 있습니다.

도시에 살면서도 저 작은 텃밭들로 시골 멋을 보는 듯 아침이 즐겁습니다.

 

어제는 즐겁게 한바퀴를 돌고 왔습니다.

시골길인데다 평일이어서 차들이 가끔씩 마주칠 뿐 한가한 길을 편안하게 다녔습니다.

길가엔 가로수들이 커질대로 커진 잎들로 하늘을 가려서 어쩌면 컴컴할 정도로 녹음 짙은 터널 같았다니까요!

좋았습니다.

 

운문사로 진입하기 전 "이제 사찰에 갈 땐 입장료가 없어졌다"는 아내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음~...

햇빛 가리개에 버퍼로 무장한 아줌마가 나타나더니 "입장료는 없어졌지만 주차료는 내셔야 합니다"는 말로...ㅋㅋ

생각의 한쪽에는 '귀엽다'는 생각도 들고, 다른 한쪽에는 '여전히... ' 하는 부정적인 생각도 들었습니다.

'주차를 안하고 그냥 드라이브 하는 사람들도 많을 텐데...'하는 볼멘 소리가 나올 뻔 했습니다.

 

"절에 올 때는 좋은 생각만 해야 된다"는 한마디로 나를 꿰뚫고 있는 듯한 아내의 말에 쏘오름! ㅋ

'어떻게 내 마음을 알았을까?' 로 시작된 의문은 '너무 오래 같이 살았구나!' 하는 정답으로 쉽게 풀어 졌습니다.

 

운문사 주차장에 차를 주차시키고 사각의 연등들이 아름답게 매달린 운문사 담장길을 따라 걸었습니다.

운문사로 들어서니 파라솔 아래에 서너분의 자원봉사 보살님들이 소원띠를 나눠 주고 있었습니다.

두장의 소원띠를 받아 들고 나한테 소원을 써라고 했지만 나는 아내에게 미루고 경치를 잠깐 둘러 봤습니다.

 

'달러 갑시다'는 아내의 말을 잡고 대웅전 앞 연등대에 갔더니 '우와!'...

소원등 아래로 달린 소원띠들이 빼곡한 장면들이 마당에 있는 커다란 연화조의 가득찬 물에 비치어...대박!

그리고, 소원띠를 달려니까 소원띠가 안달린 등이 안보였고 한참을 고개를 쳐들고 찾아 다녔더니 목이 ㅋㅋ~

그랬지만 그 장면들은 쉽사리 기억에서 빠져 나가지 못할 것 같습니다.

 

인접한 빈 연등 하나에는 우리 세식구의 소원을, 다른 하나에는 아들의 소원을 대신 달았습니다.

결국은 자신이 간절히 원하는 마음에서 이뤄지는 것이 소원일 텐데도 '이뤄질 것이다'는 믿음이 더해 졌습니다.

아니 그렇게 믿는 생각이 간절해야 보이지 않는 신들도 감응할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사람을 돕는다'는 속담 처럼...

 

소원등에 소원띠도 달았고, 아내는 정성어린 자세로 대웅전 부처님께 문안 절도 올렸고 ...

그리고, 작년에 올라 보고자 했던 북대암으로 가는 것과 맛나는 산골재료로 점심을 먹고 드라이브를 즐겼는데...

오늘은 아침 근무라서 이 정도에서 안부만 전하고 나가야겠습니다.

하지만 한 줄만 더 보태자면 '다시 기회가 오면 북대암을 걸어서 올라보고 싶다'는 생각은 전하고 싶네요.

 

이미 날이 많이 밝아졌습니다.

오늘도 즐거운 맘으로 ... "아무것도 안하면 흔적조차 남길 것도 없다"는 생각을 하면서...

움직입시다! 아자~아!

 

태화동에서...

https://youtu.be/h7sg_LdtIH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