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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아침인사 221109

by 올곧이 2022. 11. 9.

11월 9일 수요일

 

오늘도 새로운 아침이 선물같이 배달되었습니다.

바람이 불지 않아서 창문을 과감(?)하게 열었더니 새소리가 가득합니다.

먹을거리도 변변찮은 뒷산에 왠 새들이 저렇게나 신이 나서 지저귀는지?

새소리를 들으니 기분은 좋지마는 먹을거리도 주지 못하는 입장에선 미안함만 남습니다.

 

엊저녁에는 우주 쇼가 벌어진 날이었었지요!

첨성대를 만든 신라인의 후손이면서도 천체나 우주라는 분야에는 관심이 덜해서 용어조차도 잘모릅니다만,

가까이 사는 누님의 성화에 못이겨 달을 보려고 옥상으로 올라갔더니 개기월식이 한참 진행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평소에 보던 하얗던 달만 생각하고 봤는데, 버얼겋게 물든 둥근 달이 보여서 조금 무서웠습니다.

나중에야 TV를 보니 태양빛이 지구에 가려 달까지 비추지 못하지만 파장이 긴 붉은 색은 달까지 도착해서 그렇다는???

과학적인 풀이에 이해가 되는 듯 하다가도 흥미가 없어서 그런지 오늘 아침인데도 기억이 가물거립니다. ㅎㅎ

 

특히 월식에다 천왕성이 엄폐되는 것이 동시에 일어나는 현상은 100년에 한두번이 고작이라니 내 평생에는 Bye!

하긴 천왕성은 천체망원경이 있어야만 자세히 볼 수 있었다니 직접 보는 것 보다는 TV로 보는 것이 더 확실했겠지요!

어쨋거나 붉은 달을 보게된 것은 처음이었으니 그것도 선물이었지 싶습니다.

 

오늘은 지난 월요일에 소풍 때문에 가지 못했기에 서당에 가서 묵향이 맡고 싶습니다.

예술적 감각이 없어서 잘 쓰지는 못하지만 서예는 정신을 한 곳에 머물게 하는 묘미가 있으니까요!

그래서. 오늘은 한시나 감상하면서 집에 머물다가 오후엔 서당에 갈 것이라서 마음이 느긋합니다.

 

            《화택지(和擇之)》-택지에게 화답하다.
                                                               /  (박은(朴訔) 1479 – 1504 )
深秋木落葉侵關 심추목락엽침관

깊은 가을 낙엽이 문앞가득 쌓이는데

戶牖全輸一面山 호유전수일면산
들창은 산 하나를 온통 실어들인다.     
縱有杯尊誰共對  종유배존수공대

비록 술잔 있어도 누구와 마주하랴

已愁風雨欲催寒 이수풍우욕최한

이미 비바람 추위 재촉할까 걱정인 것을

天應於我賦窮相 천응어아부궁상 

하늘이 내게 궁한 팔자 내렸으니

菊亦與人無好顔 국역여인무호안
국화 또한 내게 호감없는 얼굴이네 

撥棄憂懷眞達士    발엽우회진달사

근심을 떨쳐야 진정한 도사려니 

莫敎病眼謾長潸 막교병안만장산
병든 눈으로 부질없이 눈물 흘리지 말게나

 

이미 가을은 깊어 겨울의 문턱을 넘는 지금, 병든 친구를 위로 하느라 자신도 내려 놓고 근심하는 모습이...

나중에야 알았지만 이 시는 친구인 이행 李荇 (1478~1534) 의 아프다는 편지에 대한 답장문이었다는데,

친구보다 먼저 저승으로 이사(?)를 했나 봅니다.

그렇다면 친구 박은을 먼저 보내면서 이행은 또 얼마나 아픈 가슴으로, 어떤 시를 남겼을지 궁금해집니다.

오늘은 이 詩를 감상하면서 나의 백년지기는 누구일까를 잠시라도 생각해 보는 아침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건강하게... 힘 냅시다! 화이팅!

 

태화동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