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오늘은

아침인사 221011

by 올곧이 2022. 10. 11.

10월11일 화요일

 

역시 꽃은 꽃이다.

한달이나 됐나 싶은데, 꽃심기 봉사를 나가서 얻어 온 국화가 티끌하나 없는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샛노란 꽃을 피웠네요.

그 땐 작은 꽃봉오리만 맺혀 있던 때였지만 볼품이 없어서 식재에서 밀리고 밀리다가 결국은 폐기처리할 운명이었지요!

올 봄에 갯국화를 키우다가 실패한 경험이 있던 터라 가져오기가 망설여졌지만 이렇게 버려지는 처지라면 내가 키워 보자는 심정으로 가져왔었는데 이렇게 싱싱하게 자라서 꽃까지 피워주다니...

가슴이 벅찬 나도 그렇지만 아마도 국화도 기쁘기는 매 한가지 일 듯 보입니다.

 

그러고 보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존재가 사라질 때까지는 항상 그 가치를 갖고 있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살아있는 것은 살아있는 대로, 죽어 있는 것은 죽은 대로 ...

그런데, 그 가치란 것은 자의적으로 올리거나 깎이지 않고 누군가의 노력과 사랑에 의해서 바뀌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소백산의 주목만 하더라도 살아 있을 땐 그 나름의 가치가 있지만 작가의 도움으로 예술품으로 다시 태어나면...

한낱 잡초였지만 농부의 손으로 퇴비가 되던 가축의 먹이로 바뀔 때는 또 다른 가치가 생기는 것이지요.

하긴 사람도 죽고 나서야 그 사람의 진면목을 알게 될테지만 ...

 

사랑스럽게 피어 준 국화를 보며 잠깐 스쳐야 할 감정이 자꾸 엉뚱하게 흘러가서 여기서 멈출까 합니다.

대신 국화를 사랑한 사람들 중 '촌사람'이라고 불러주고 싶은 도연명 시인의 시나 한편 감상해 봅시다.

도연명의 《음주》 7 편에 나오는 국화대목 일부입니다.

 

秋菊有佳色  (추국유가색)   아름다운 색깔의 가을 국화 

裛露掇其英  (읍노철기영)   이슬이 내려앉은 꽃잎을 따서
汎此忘憂物  (범차망우물)   근심을 잊으려 술에 띄워 마시니 

遠我遺世情  (원아유세정)   속세와 멀어진 심정 애틋하구나
一觴雖獨進  (일상수독진)   잔 하나로 혼자서 마시니 
杯盡壺自傾  (배진호자경)   잔이 다하니 빈 술병도 쓰러지네

 

그 영감님의 고독한 심정이 가득 전해 오면서도 굉장히 낭만적입니다. 역시....!

기온이 10도 정도 되고 바람이 쌀쌀합니다만 하늘이 너무 좋습니다. 이를 어쩌리오?!

뒷산이라도 걸어 볼까 궁리를 하면서 아침인사 올립니다. 

행복하셔요!

 

태화동에서...

이른 아침에 베란다에 핀 국화

https://youtu.be/OgeeCe6xBG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