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11일 화요일
역시 꽃은 꽃이다.
한달이나 됐나 싶은데, 꽃심기 봉사를 나가서 얻어 온 국화가 티끌하나 없는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샛노란 꽃을 피웠네요.
그 땐 작은 꽃봉오리만 맺혀 있던 때였지만 볼품이 없어서 식재에서 밀리고 밀리다가 결국은 폐기처리할 운명이었지요!
올 봄에 갯국화를 키우다가 실패한 경험이 있던 터라 가져오기가 망설여졌지만 이렇게 버려지는 처지라면 내가 키워 보자는 심정으로 가져왔었는데 이렇게 싱싱하게 자라서 꽃까지 피워주다니...
가슴이 벅찬 나도 그렇지만 아마도 국화도 기쁘기는 매 한가지 일 듯 보입니다.
그러고 보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존재가 사라질 때까지는 항상 그 가치를 갖고 있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살아있는 것은 살아있는 대로, 죽어 있는 것은 죽은 대로 ...
그런데, 그 가치란 것은 자의적으로 올리거나 깎이지 않고 누군가의 노력과 사랑에 의해서 바뀌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소백산의 주목만 하더라도 살아 있을 땐 그 나름의 가치가 있지만 작가의 도움으로 예술품으로 다시 태어나면...
한낱 잡초였지만 농부의 손으로 퇴비가 되던 가축의 먹이로 바뀔 때는 또 다른 가치가 생기는 것이지요.
하긴 사람도 죽고 나서야 그 사람의 진면목을 알게 될테지만 ...
사랑스럽게 피어 준 국화를 보며 잠깐 스쳐야 할 감정이 자꾸 엉뚱하게 흘러가서 여기서 멈출까 합니다.
대신 국화를 사랑한 사람들 중 '촌사람'이라고 불러주고 싶은 도연명 시인의 시나 한편 감상해 봅시다.
도연명의 《음주》 7 편에 나오는 국화대목 일부입니다.
秋菊有佳色 (추국유가색) 아름다운 색깔의 가을 국화
裛露掇其英 (읍노철기영) 이슬이 내려앉은 꽃잎을 따서
汎此忘憂物 (범차망우물) 근심을 잊으려 술에 띄워 마시니
遠我遺世情 (원아유세정) 속세와 멀어진 심정 애틋하구나
一觴雖獨進 (일상수독진) 잔 하나로 혼자서 마시니
杯盡壺自傾 (배진호자경) 잔이 다하니 빈 술병도 쓰러지네
그 영감님의 고독한 심정이 가득 전해 오면서도 굉장히 낭만적입니다. 역시....!
기온이 10도 정도 되고 바람이 쌀쌀합니다만 하늘이 너무 좋습니다. 이를 어쩌리오?!
뒷산이라도 걸어 볼까 궁리를 하면서 아침인사 올립니다.
행복하셔요!
태화동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