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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재벌 물류회사는 투명한가?

by 올곧이 2008. 7. 30.
베일에 가려진 대기업 물류자회사
실제 운송료·주선료 아무도 몰라
폐해 막아야 화물차운송 개혁 가능

다단계와 지입제로 대표되는 화물운송시장의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낙후한 화물운송체계란 화주와 차주 사이에 중간 거간꾼들이 너무 많고, 이들에게 운송료의 상당 부분이 거간비로 빠져나가고 있는 현실을 말한다.

기획기사를 통해 해법을 찾아봤다.<편집자주>

“화물자동차운송시장에서 가장 큰 문제는 대기업 물류자회삽니다. 시장을 실제 지배하는 화주와 한몸처럼 움직이면서 우월적 지위를 누리고 있어요. 하지만 사업 내용이 베일에 가려져 (화주가 주는) 운송료가 얼마인지, 수수료가 얼마인지 전혀 알수 없어요.”(화물차운송주선사업연합회 한영태 전무)

“대기업 물류자회사는 대표적 거간꾼입니다. 화주와 운송업체 중간에서 사실상 주선사업을 하면서 막대한 이익을 얻습니다. 화물연대는 지난 6월 파업을 시작하면서 전체 대기업 물류자회사들과 사상 처음으로 교섭을 시도 했습니다. 하지만 도대체 몇 개 회사가 있는지, 수수료를 얼마나 떼는지 도저히 파악을 할 수 없었고 결국 글로비스 등 4개사에만 교섭을 요청한 겁니다.”(화물연대 박상현 법규부장)

‘대기업 물류자회사’가 화물차운송시장에 끼치는 폐해를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기업 물류자회사란 대기업 화주가 직접 설립한 물류기업으로, ‘화주-주선사-운송사-차주’로 이어지는 경로에서 화주의 운송물량을 통째로 받아 시장에 넘기는 역할을 한다.

문제는 ‘이들이 직영화물차를 전혀 보유하지 않거나, 지입차 몇 대만 보유하면서도 엄청난 이익을 누린다’는 것이다. 직영차가 단 한대도 없는 글로비스는 지난 2분기 국내물류사업으로만 199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작년 2분기와 비교하면 11.6%나 증가한 사상최고실적이었다. 이 기간은 화물연대 운송거부와 경유가 급등으로 화물차운송시장이 홍역을 앓던 때였다.

글로비스 이익 추세도 놀랍다. 공시 내용만 보면 지난해에 국내물류에서만 7201억원의 매출에 537억원의 매출총이익을 올렸다.

지난 1분기엔 매출총이익 132억원을 기록해, 2007년 1분기(120억원)보다 10.0% 증가했다.

◆글로비스 경영실적 비밀 = 위기감이 만연한 화물자동차운송시장에서 글로비스는 어떻게 이런 실적을 낸 것일까.

전문가들은 “화물차운송시장엔 전화 한통화로 운송수수료를 떼어먹는 불로소득자들이 많다”며 “그 꼭짓점에 글로비스와 같은 대기업 물류자회사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화물연대가 전국 물류체계를 마비시킨 집단운송거부를 시작한지 5일째인 6월 18일. 화물연대 카캐리어분회는 글로비스 임원과 최초로 직접 운송료 교섭을 벌였다.

교섭위원은 카캐리어분회 간부 5명과 5개 운송사 관계자, 글로비스 임원 김 모 이사였다. 분회는 글로비스와 운송사들에 각각 운송수수료 2%, 1%씩 인하해달라고 요구했고, 결국 각 1%씩 인하하는 성과을 얻었다.

하지만 화물연대는 글로비스가 현대차로부터 실제로 운송료를 얼마나 받는지, 수수료를 얼마나 떼는지 전혀 모른 상태였다.

김상수 카캐리어분회장은 “2005년 파업 당시 운송사에게서 ‘글로비스 수수료가 12.5%’라고 들었지 지금까지도 실체를 알 수 없다”며 “올해 교섭 이전까지 글로비스가 우리를 만나 주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글로비스는 화주운송료와 주선수수료는 사적 계약이어서 절대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글로비스 신성만 경영기획팀장은 “화주운송료와 주선수수료는 상품원가인데 어떻게 시장에 공개하느냐”며 “이익은 원가 절감과 업무 효율성에서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물류자회사 100곳 이상” = 대기업 물류자회사의 불투명한 구조는 글로비스만이 아니다.

LG전자가 100% 투자한 물류업체 하이로지스틱스나 삼성전자가 100% 지분을 보유한 삼성로지텍도 주선수수료와 화주운송료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 회사들도 직영차를 전혀 보유하고 있지 않다. 2004년 설립된 하이로지스틱스의 경우 400여대의 지입차와 협력운송업체가 주요 운송수단이다.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텔레콤 LG상사 하이플라자 LG석유화학 LS전선 등이 주요 거래선이고 지난해 3006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삼성로지텍의 경우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설립돼 지난해 902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 영업익은 56억원으로 전년대비 55.3%나 줄었고, 매출액영업이익률은 0.63%다.

대기업들이 물류자회사를 설립하기 시작한 것은 외환위기 이후다. 대기업들은 사내 물류담당부서를 분사했고, 화물차를 운전하던 노동자는 지입차주가 됐다.

현재 업계에 알려진 대기업 물류자회사 수는 30여곳. 하지만 실제 규모는 알기 어렵다. 화물차운송주선사업연합회는 2004년 대기업 물류자회사 규모를 파악하기 위해 비공식 조사를 벌였다.

관계자는 “당시 조사 결과 기업이 만든 물류자회사는 80여개 이상이었다”며 “하지만 페이퍼컴퍼니(서류상 존재하는 회사)도 다수였고, 드러나지 않은 회사도 많아 전체 규모는 모른다”고 말했다. 그 이후에도 기업들 사이에 물류자회사 설립 바람이 불었다. 자체 운송물량을 있는 기업들은 앞 다퉈 물류법인을 설립했고, 지금은 100여개 이상으로 늘었을 것이라는 게 업계 추측이다.

◆시장 ‘비자금 창구’ 의심 = 기업들이 물류자회사를 두려는 이유는 우선 노조에 대한 부담 때문이다.

화물연대가 2002년 운송하역노조 준회원조직으로 발족한 이후 2003년 두차례 대규모 운송거부를 벌이면서 화물차운전자들을 자회사나 다른 운송사의 자영업자로 내몰았다. 운전자들 입장에서도 ‘노동자’보다는 ‘사장님’이 되는 게 나았다.

또 다른 이유는 주선수수료 욕심이다. 화주의 우월적 지위를 활용하면, 다단계 구조인 화물차운송시장에서 주선수수료는 매력적인 ‘불로소득’이 된다.

특히 화주의 운송료와 자신의 주선수수료를 숨길 경우 장부에 기록되지 않는 돈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이 같은 의혹에 대해 한 물류업체 관계자는 그는 또 주선수수료 수익에 대해 “물류자회사는 사실상 화주”라며 “모회사의 물류사업부 업무를 대행하는 것으로 이해해 달라”고 주문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대우그룹 김우중 전 회장이 외환위기 이전에 자신의 명의로 2년간 물류자회사를 두고 있었던 기억을 떠올렸다. 이에 대해 물류시장에 부정적인 소문이 돌자 김 전회장은 법인을 해소시켰다.

부경대 윤영삼 교수는 “화물차운송시장에서 일해온 이들은 누구나 대기업 물류자회사를 비자금 창구라고 의심한다”며 “일부 기업은 실제로 비자금 사건 때문에 곤혹을 치른 적도 있다”고 했다.

강경흠 기자 khk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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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한 기업은 오래 간다.
그런데 투명하지 않는 대 재벌회사의 물류회사는 얼마나 오래갈지...?
적어도 비자금 창구로 이용되거나 비자금에 대한 벌과금을 물리는 회사로 전락하지는
말아야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