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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아침인사 211104

by 올곧이 2021. 11. 4.

11월 4일 목요일

 

목요일을 쓰고 목욕을 생각하는 엉뚱입니다. ㅎㅎ

오늘 바깥풍경은 어제와 별반 다름없는데 기온은 어제보다 약간 높아졌습니다.

방송 뉴스에는 기온이 급강하 한다고 엄포(?)를 놓고 있어서 보일러 걱정을 하고 있었는데 왠 훈풍이라니...?

아마도 서울 강남구청에 1억6천여만원의 거금을 기부하고서도 한사코 이름을 알리지 않는 어느 할머니의 용광로 같은 뜨거운 마음이 여기까지 전해진 것은 아닐까 생각합니다.

 

오늘 아침 중앙일보 1면 top에 "한팔로 정상을 안았다, 당당한 나윤씨"라는 제목의 한 여성사진이 올랐습니다.

내용을 보니 교통사고를 당해서 한팔을 잃은 김나윤씨가 WBC 피트니스 대회에 3관왕에 올랐다는 소식입니다.

천성적으로 우수한(?) 유전자로 태어나서 그런지 별도의 운동없이 현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내게는 피트니스란 단어는 호사스런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던 터라 별 관심이 없었는데 이 분의 인터뷰 내용은 간직하고 싶네요.

"절망하는 이들을 위해 더 열심히 운동했다. 저보다 더 아픈 사람들을 돕고 싶다"는 소망!

온몸이 성한 나도 생각하지 못했던 그녀의 소망이 꼭 이뤄지기를 바래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그리고, 이 마음 오래 가기 위해 시 한 수를 다시 읽어 봅니다.

 

《 너에게 묻는다 / 안도현(1961~  ) 》


너에게 묻는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반쯤 깨진 연탄

언젠가는 나도 활활 타오르고 싶을 것이다

나를 끝 닿는데 까지 한번 밀어붙여 보고 싶은 것이다

 

타고 왔던 트럭에 실려 다시 돌아가면

연탄, 처음으로 붙여진 나의 이름도

으깨어져 나의 존재도 까마득히 뭉개질 터이니

죽어도 여기서 찬란한 끝장을 한번 보고 싶은 것이다

 

나를 기다리고 있는 뜨거운 밑불 위에

지금은 인정머리 없는 차가운, 갈라진 내 몸을 얹고

아랫쪽부터 불이 건너와 옮겨 붙기를

시간의 바통을 내가 넘겨 받는 순간이 오기를

그리하여 서서히 온몸이 벌겋게 달아 오르기를

 

나도 느껴보고 싶은 것이다

나도 보고 싶은 것이다

 

모두들 잠든 깊은 밤에 눈에 빨갛게 불을 켜고

구들장 속이 얼마나 침침하니 손을 뻗어 보고 싶은 것이다

나로 하여 푸근한 잠 자는 처녀의 등허리를

밤새도록 슬금슬금 만져도 보고 싶은 것이다』

 

오늘은 또 어느 방향에서 훈풍이 불어 올지 기대하면서 남은 시간들이 재미나기를...

 

태화동에서...


https://youtu.be/7_mNEE3Y96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