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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아침인사 210714

by 올곧이 2021. 7. 14.

7월14일 수요일

 

해빛이 눈부시다는 말은 해빛을 봐서가 아니라 사물에 비친 빛이 강하다는 것이겠지요?

오늘 아침은 도로를 건설한다고 파헤쳐진 흙더미까지 눈이 부십니다.

 

이제 장마가 완전히 물러갔는지 본격적인 더위가 쳐들어 온 것 같이 덥습니다.

더운 것이 좋아 땀을 흘리면서도 선풍기 조차 틀지 않았는데 어제 저녁에는 에어컨을 돌렸으니까요.

어디 이 뿐이겠습니까? 며칠 사이 피부의 면역성도 떨어졌는지 살결이 접히는 오금마다 땀띠가 났습니다. ㅎㅎ

 

이 여름을 어떻게 보낼지 걱정을 해보지만 뾰족한 수가 없으니 상상의 나래라도 펴는 것은 어떨지?

오늘 같은 날은 조선시대 선비가 되어 시원한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책이나 읽을까 아니면 그림을 그릴까?

읽을 책도 많이 쌓였고 그림을 그릴 소재도 엄청 많이 봐 뒀습니다.

 

우리집 근처 골목에 있는 "하마정"만 하더라도 사연 많은 풍경들이 제법 있습니다.

불고기 집을 하다가 장사가 안되어 막걸리 집으로 간판을 바꿨는데 이마저도 코로나로 직격탄을 맞고 문을 닫아버렸지만 거기엔 이런 저런 소재가 있습니다.

 

혹시나 올지 모를 손님을 위해 현관문 옆에서 활짝 웃으며 서있는 늘씬한 도라지의 보라색 꽃.

이러면 돈이 될까? 저러면 부자가 될까? 이리저리 주인장의 머리 속같이 어지러운 잠자리 떼.

한 번 만나 정이 들었지만, 있을 때는 오지않고 없을 때만 다녀간 선비를 그리는 기생같은 상사화.

어느 대가집 선비가 진탕 마시고는 남은 엽전을 담벼락에 흩뿌린듯 박혀있는 흐드러진 능소화.

밤은 이슥하고 엽전도 떨어져 술집 대문을 나섰지만 바로 맞딱드린 마누라의 눈매같은 초승달....

 

이만 하면 그림 소재거리로 부족함은 없겠지요? ㅎㅎ

헛소리 같지만, 아니 헛소리지만 잠시 더위를 잊어보기 위해서 이 상황을 잠시 연출해 봤습니다.

오늘도 전국이 무더위라고 하니 덥다고 짜증을 내는 것 보다는 나만의 상상으로 잘 이겨내시기를...

 

태화동에서...

https://youtu.be/bTxJq6qMH-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