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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아침인사 210326

by 올곧이 2021. 3. 26.

3월26일 금요일

오늘도 날씨가 좋아서 친구따라 이른 아침에 집을 나서서 문수산 어디쯤에서 다래수액을 채취하고 왔습니다. 이 때가 아니면 맛 볼 수 없다며 하도 종용하기에 따라나섰지만 속내는 조금 내키지않았습니다. 왠지 자연을 훼손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어렵사리 돌려서 물어봤습니다.
"수액을 뽑기 위해 덩쿨에 상처를 내더라도 괜찮겠나?"
그랬더니 돌아온 대답은 내가 평소에 생각했던 것과는 달랐습니다.
집에서 키우는 나무나 덩쿨은 관리가 되지만 야산에 있는 덩쿨은 관리가 되지 않을 뿐 아니라 나무를 덮고 햇빛을 가려 나무가 고사하는 원인이 된다며 잘라주는게 옳다고.....

듣고보니 그게 맞는 것 같아 지금까지 오해하고 있었던 내 생각을 고쳐먹기로 했습니다. ㅎㅎ

오늘 본 문수산에는 벌써 연달래가 피고 있었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진달래가 지고난 뒤에야 연달래가 피는데, 올 해는 꽃들이 질서없이 경쟁하듯 피고 있는 것이 예사롭지는 않아 보입니다. 
(봄이 짧아지려고 그러는지, 여름이 빨리 오려고 그러는지? ㅋㅋ 걱정도 팔자?)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줄어드는 봄.
한시(漢詩) 한 수를 보태어 봄 정취를 더 올려볼까 합니다.

《山居春日 (산거춘일) 봄 산에 살며 》
                              / 王伯 왕백(고려시대)                              

 村家昨夜雨溕溕 촌가작야우몽몽
어젯밤 시골집에 보슬비 내리더니
竹外桃花忽放紅  죽외도화홀방홍
 대숲 밖 복사꽃이 홀연히 붉게 피네

醉裏不知雙鬢雪 취리부지쌍빈설
취중에 귀밑머리 희끗한 걸 잊고서
折簪繁萼立東風 절잠번악립동풍
꽃대 꺽어 머리에 꽂고 봄바람을 맞네

봄은 이렇듯 묘약인가 봅니다. 구렛나루가 허옇게 된 노인에게도 술취한 듯 미치게 하니까요.
좋은 주말이 기다립니다. 그리고,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습니다. 이 봄날 또한..... 
맘껏 누리십시오.


태화동에서...
youtu.be/M5SmnrdiRO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