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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아침인사 210226

by 올곧이 2021. 2. 26.

2월26일 금요일

참 얄밉게도 좋은 예보 보다는 그렇지 않은 쪽이 더 잘 맞아 떨어집니다. 오늘 일기예보도 그런 경우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오늘은 정월 대보름인데...

서민들이 ...
어려운 사람들이...
둥그렇게 훤한 달을 보면서 그나마 목숨처럼 간직했던 마지막 희망의 씨앗이 꽃이 피고, 열매를 맺게해 달라고 자신의 모든 염원을 담아 소원을 비는 그런 날인데, 오늘은 비가 오네요.

어쩔 수 없이 보름달은 마음으로 그릴 수 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아쉬운 것이 어디 달 뿐이겠습니까?

보름이 되기 며칠 전부터 깡통 여기저기 바람구멍을 내고, 철뚝(철로)에서 줏어 온 기름뭍은 침목조각을 넣고 불을 피운 뒤 철사로 만든 손잡이를 잡고 팔이 빠져라 크게 돌리면 냉거랑(동천강) 둑에는 보름달보다 더 큰 달이 하나, 둘, 셋, 넷,...

마침 보름날 아침이 되면, 이집, 저집 친구집을 돌면서 기장, 수수, 까만콩, 팥이 들어간 찰밥을 얻어다가 한겨울 내내 무, 고구마 밥에 찌든 속을 달리기도 했는데...

해가 중천에 오르자 저 아래 끝집부터 어렴풋이 징소리가 들려 오는가 싶더니 어느 새 꽹과리 소리는 꽤괭꽤굉 귀를 찢고, 장구소리는 따닥따다닥 귀청을 청소할 때 쯤, 허리춤에 꿩 두어마리를 단 목총을 든 사냥꾼과 빼배배배 나발꾼이 우리마당에 나타나 지신을 밟자고 했었는데...

해는 저물고 냉거랑뚝 여기저기서는 쥐불들이 나타나 성난 자동차 바퀴처럼 돌아가면, 눈밝은 형들이 무룡산을 바라보다가 "달 오른다" 소리를 치면 집채보다 높은 달집에 불을 댕기고 달집은 보름달 보다 더 크게 타 올랐는데...
그랬는데....그랬는..데....

오늘은 비에 씻겨 다 사라져 버리네요.
그렇지만 마음에라도 하나하나 살려보길 권하면서 준비된 부럼을 깨고 싱그런 내음의 나물과 오곡밥에 귀밝이 술 한 잔으로! 꼴각! 크~~~~어때요?

태화동에서...
https://youtu.be/L9bGgUJgwn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