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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웃고살자

새해 휴가가 쓸쓸했던 사람들에게...

by 올곧이 2004. 1. 3.
아시다시피 저도 휴가는 못 갔지만 이 얘기만으로 만족할려고....
 
 
작년 겨울....용평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어쩌면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도 그녀를 기억하시는 분도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녀의 이름은 ... 그냥 j모양이라고만 밝히겠습니다. 서울에 사는....
이름을 j모양... 정이라고 할 수 있는 것만 밝히는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음...이름을 모르거든요. 하여간 그녀는 그해 스키를 처음 타보았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그녀의 마지막 스키타기였습니다.

그 비극의 날.
우리의 정모양은 설레임 가득히 리프트를 탔습니다.
하지만, 리프트 타는 것조차 서투른 정모양은 실수로 레드(제일 난코스=맞나?)코스로 올라가
버린 것입니다.
그냥 리프트를 다시 타고 내려 왔더라도 그날의 비극은 없었을텐데...

우리의 정모양은 레드코스의 경사앞에서 그냥 얼어버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참을 망설이다가 그녀는 게걸음으로 내려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는 동안에도 그녀는 여러번 넘어지고 미끄러지면서 겨우 중간쯤
내려와 있을 즈음이었습니다.
거기까지 걸린 시간은 약 40분..
그런데, 그때 그 불길함의 징조가 그녀의 신경을 자극하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쉬야가 너무 하고 싶어진 것이지요.
앞으로 또 한참을 내려가야 하는 상황인지라 더 이상 참으면 병된다는걸 깨닫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녀는 약간 위쪽에 있던 안전팬스 뒤쪽으로 다시 올라갔습니다.
아시다싶이 스키복이 원피스이기에 그녀는 다시 난감해졌습니다. 하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그녀는 주위를 한번 살피고 그곳에서 그녀의 스키복과 속옷을 무릎까지 내리고 쉬야를 하기위해 포즈를 잡았습니다.

그 순간.... 그 때.... 마~악... 하는 참에... 찰나에...
그녀의 스키가 미끄러지기 시작했습니다.
스키를 벗지 않은 채 서 있다가 남이 볼 까 급하게 파~악.... 앉으니...
스키는 자동이었던 것입니다.
당황한 그녀는 상황판단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지금 자신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조차 모르는 몽롱한 상태에서 그녀는 미끄러져
내려가다 금방 안전 팬스를 벗어나 코스로 들어서 버린 것이었습니다
그녀는 앉은 자세였기 때문에 속도는 더욱 더 빨리 붙어 버렸고
스키복과 팬티가 무릎 아래까지 내려와 스키를 모아주고 있었기 때문에
더욱 더 빠르고 멋진 활강이 시작되었던 것입니다.

그녀의 처절한 사투는 그 때 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양손을 브레이크로 사용하며 땅바닥을 내리 찍었지만 그것은 오히려 정상적 활강을
위한 중심잡기에 활용되었던 것입니다.
차라리 옆으로 휘딱 넘어졌으면 좋으련만....

쪼그리고 앉은 상태의 완벽한(?) 자세는 넘어지는 것 조차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그녀의 정신은 더욱 더 몽롱해지기 시작했습니다.
허벅지를 타고 엉덩이까지 타고 내려오는 차가운 바람이 차갑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오래전 얘기였습니다모든 것이 꿈만 같던 순간의 시간 속에

지금까지 인류 역사상 한번도 이루어지지 않았던 일이...
그 누구도 다시는 볼 수 없을, 기가막히다고 밖에는 표현 할 수 없는 절묘하고
숨막히면서도, 난해하며...
가히 예술적 경지의
쪼그려 자세의 스키타기가 환상적으로 전개되었던 것입니다. 그것도 그녀가 주연으로 말이지요.

이 이야기를 하면 간혹 어떤 이는 쓸데없는걸 묻기도 한답니다.
음...쉬야는 어떻게 된거냐고요.
환상의 스키타기 도중에.... 해결했냐는거지만 그건... 나두 모릅니다.
내 시력이 그렇게까지 좋지는 않기 때문에... 이해해주시길...
각설하고 그 당시 그녀가 할 수 있엇던것은 오로지 한가지 뿐이었습니다.
그것은 소리지르기라는 것이었지만 사실은 그것조차도 그녀에게는 비극이었습니다. 그저 조용히 내려왔으면 용평의 한쪽 귀퉁이에서 벌어진 헤프닝으로 끝났을지도 모르는데...
그녀의 숨막히는 듯한 괴성(?)은 들리는 범위까지의 눈을 딱... 한장소로 고정시키는
역할을 했던 것입니다수많은 사람들의 눈 빛. 저는 그 순간 보았습니다.
저렇게 많은 눈들이 단 장소로... 그렇게 오랜시간동안...
고정 될 수 도 있다는것을 말입니다.
이제 그녀의 활강은 끝났습니다.
거의 다 내려와서 그녀는 낮은 모글에 걸려서 마침내 넘어졌습니다.
스키는 벗겨졌지만 그녀는 그녀의 모멘트에 의해서 구르기 시작했고 결국 그녀는
정신을 잃고 말았던 것입니다.

시간이 흘러 우리의 정모양이 깨어난 곳은 의무실이었습니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는지 밖은 깜깜했고, 의식이 점점 뚜렷해 지면서 자신에게
일어났던 일의 기억들이 쪽팔림과 함께 머리 속에서 되뇌어졌습니다.
그녀는 머리를 흔들며 그런 일이 자신에게 일어났다는 사실에 제발 꿈이었기를 기도했습니다.
간호사에게 자기가 왜 그곳에 있었는지 물어보았지만 그 간호사는 그저 스키사고였다고
말했습니다만, 그녀는 간호사의 썩은 미소속에서... 뭔가 불길한 느낌마저 들었었습니다.
한참의 시간 지나면서 별생각이 다 들었고, 겨우 제정신이 들어 주위를 살펴보았습니다.
그녀의 옆 침대에는 어떤 중년남자가 팔과 다리에 기브스를 한 채 천정을 멀뚱멀뚱
바라보고 있었는데, 그녀는 그 남자에게 어쩌다가 그렇게 되셨냐고 물어보았습니다.
그 남자는 공허한 미소를 지으면서 그녀에게 말했습니다.
어떤 미X년이 아랫도리를 다 깐채로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면서
스키타고 내려오는 것을 구경하다가 리프트에서 떨어졌다고....
그녀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 이후로 그녀가 스키를 타는 것을 본 사람은... 아직 없다고 합니다.
글쎄요. 다른 스키장에 갔는지도....


제 경험담... 아닙니다. 다른 사람이 쓴 경험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