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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마음의 글

도덕성은 노동자만 가져야 하나

by 올곧이 2005. 5. 26.

 [프로메테우스 오창엽 2005-05-26 23:00]

 

△ 최장집 교수가 <민주주의와 한국의 노동>이라는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창립10주년, 최장집 강연

 

[프로메테우스 오창엽 기자] 5월 25일 한국 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창립 10주년·
월간 [노동사회] 100호 기념 심포지엄 <한국의 노동, 과거 현재 미래>가 열렸다.


먼저 최장집(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장, 고려대 정외과) 교수가 <민주주의와 한국의 노동운동>이라는 주제로 기조 강연을 한 시간 가량 진행했다.

한국의 민주주의는 ‘신자유주의적 민주주의’의 한 세계적 모델사례

최장집 교수는 같은 제목의 강연문을 발제하며 설명했다. 그 주제의 무거움에도 불구하고 최 교수의 관점은 매우 균형 있고 또한 현 정부와 사회 그리고 언론에 대한 비판이 통렬하여 청중들에게 큰 감명을 주었다. 학자로서의 정밀함과 지식인의 양심에서 보더라도 매우 품위 있는 ‘사회적 발언’이었다.

 

그는 “한국민주주의의 발전은 매우 초라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현저하게 퇴보했고 현재 계속 퇴보하고 있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말하자면 절차적 민주주의와 실질적 민주주의가 서로 반비례하여 발전하는 경향을 드러내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지금 한국의 민주주의는 ‘신자유주의적 민주주의’의 한 세계적 모델사례로 발전해가고 있는 것이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80년대 민주화운동의 결과로 “쟁취한 민주주의”에 대해 설명하며 “민주화운동과정에서 혁명적 레토릭으로서 … NL과 PD로 표현되었다.”라고 설명했다. 북한에 대한 시각이 달라졌고 미국과의 관계에 있어서 어느 정도 자율성을 확보해 가고 있는데, 노동문제와 시각에 있어서 PD적 문제의식이 진전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 최장집 교수는 “현 정부의 노동정책은 영국의 대처정부를 연상시키”며 “반노동적”이라고 질타했다.
 

그는 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 잘 어울리는‘보완’관계가 아니라 본래‘갈등’하는 관계라고 주장했다.“오늘의 신자유주의는 민주주의와 정치 그 자체에 적대적인, 그럼으로써 일체의 경제에 대한 정부의 역할을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시장지상주의의 이론인 것이다. 공적 필요와 공적영역을 극단적으로 확대하고자 하는, 또 그렇게 했던 사회주의 체제가 민주주의와 병립하지 못했듯이, 사적선호와 사적영역을 극대화하고자 하는 신자유주의 역시 민주주의와 병립하기 어렵다(쉬미터).”

 

왜 노동자들에게만

 

최 교수는 먼저 외국의 사례를 설명한 뒤 왜 한국에서는 노동자들에게 특히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는가 물었다.

 

1970년대 필자는 미국의 시카고에서 산 경험이 있다. 시카고 남부의 인디아나 개리시(市)의 US철강회사의 철강노조원들의 월평균 임금은 시카고에 소재하는 대학들의 교수들이나, 중고등학교 교사들의 평균임금보다 높았다. 또한 그것은 미국에 국한되지 않는다. 일본 IMF-JC 소속 기타큐슈의 신일본제철 철강노조원들의 임금은 웬만한 대기업사원들 보다 낮지 않으며, 임원들 봉급에 비해서도 큰 차이가 없다. 독일 IG Metall 노조원의 경우도 일본의 경우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 다음 발언이 이어질 때 청중들은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었다.

 

“여기에서 우리는 물을지 모른다. 한국의 현대자동차나 기아자동차의 정규직 노조원들의 임금은 왜 높으면 안 되는가? 회사가 이들의 자녀들에 대해 대학까지 학비를 지원하고, 이들의 가족이 의료보험혜택을 받을 때, 그것을 왜 특혜라고 생각하는가? 이들의 임금수준과 회사복지가 중산층의 범주에 들어갈 대졸사원이나 임원진 또는 대학교수들의 그것과 비교되지 않고, 왜 비정규직 노동자나 중소기업의 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의 그것에 비교돼야 하나? 정규직노동자들이 중산층으로 상승이동을 하면 잘못된 것인가? 비정규직노동자들의 열악한 처우를 왜 정규직 노동자들이 책임져야하나? 그것은 국가와 기업이 해야 할 일이 아닌가? 기업의 오너, CEO, 경영진, 정부의 공직자, 중산층, 대학교수, 교사 등, 다른 집단이나 계층에 비해 노동운동은 왜 특별히 도덕적이어야 하나? 그들이 특수이익을 추구하는 것만 왜 특별히 경제성장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하나? 이렇게 말한다고 해서, 혹은 선진국의 노조원들이 향유하는 경제적 시민권을 요구한다고 해서 그것이 그리 과격한 기준일까? 나아가 민주정부의 노동정책이 시장과 사회공동체의 가치를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잘못된 것인가 혹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인가? 정부의 정책이 총량적 경제성장만을 지향하기보다 평균적 공동체성원의 경제적 조건이 개선되는 것을 동반하는 성장을 지향하는 것을 상상할 수는 없을까?”

 

△ 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을 가득 메운 청중들과 취재진들은 한 시간 동안 최장집 교수의 한 마디 한 마디에 귀를 기울였다.

최 교수는 결론으로 “공동체적 시장경제를 향하여”를 제시했다.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한국민주주의의 최대의 과제는 선출된 민주정부가 어떻게 실질적 민주주의를 진전시킬 수 있도록 하게 하는가, 이를 위해 어떻게 사회부문과 연결될 수 있도록 만드는가 하는 문제다. …

2) PD적 문제의식의 핵심은, 성장에 균형을 맞추는 노동의 가치에 대한 것이다. …

3)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성장동력을 구축하는 것이 그 핵심이다. …

4) 절차적 민주주의로부터 또는 그것을 기초로 실질적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 일이, 현재와 같은 선거경쟁과 대표의 체계를 통한 대의제 민주주의에 의해 가능할 수 있는가? 실질적 민주주의를 위해서는 참여의 범위가 보다 확대되고, 이를 통해 민중적 힘의 인풋이 정치과정 내로 크고 넓게 가능할 때 가능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참여와 시민사회에서의 운동의 중요성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