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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뉴스

국민연금 무엇이 문제인가?

by 올곧이 2018. 7. 15.
http://naver.me/G0RwjZrd
연금사회주의 빠져드는 국민연금]
투자 '낙제' 운용사도 가산점?...국민연금의 '이상한 채점표' 

기사입력2018.07.15 오후 5:24
<상> 문제는 수익률인데...정부코드 맞추기 급급
국내주식 위탁운용 수익률 -1.7%
석달간 혈세 1.1조 넘게 날렸는데
스튜어드십코드 도입하면 가산점
성과급 기준 목표수익률 낮추는 등
국민노후자금 확보 책임 팽개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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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자의 수탁자책임) 도입이 일부 위탁 자산운용사들의 수익률 만회의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국민연금이 맡긴 자산을 운용하는 위탁 자산운용사가 스튜어드십코드 도입하면 가산점을 주기 때문이다. 마이너스 수익률을 내고서도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면 운용사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쉽게 말해 실력(수익률)보다 국민연금의 상위기관인 보건복지부의 말(스튜어드십 코드 도입)만 잘 들으면 나쁜 성적을 만회할 수 있다. 국민연금의 자산을 위탁하고 있는 국내 민간자산운용사들은 수년째 목표보다 저조한 수익률을 냈고 올해 하락 폭이 더욱 커지고 있다. 

15일 서울경제신문이 입수한 국민연금기금 올해 투자결과를 보면 지난 3월 말 기준 주식투자는 코스피지수(벤치마크)대비 -1.36%를 기록했다. 석 달 동안 국민연금은 1조 1,016억 원을 주식 투자에서 날렸다. 특히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에 비해 민간자산운용사의 성적표는 더 낮았다. 이 기간 국민연금이 직접 운용한 국내주식 수익률은 시장 대비 0.65% 높았지만 위탁 운용한 국내주식 수익률은 -1.76%를 기록했다. 민간 펀드매니저에 수수료를 주고 전략을 짜 운용한 결과가 시장 수익률보다 못한 셈이다. 해외투자와 비교하면 더 초라한 성적이다. 같은 기간 해외주식투자에서 시장대비 위탁운용 수익률은 0.53%로 국민연금 직접 운용수익률(0.31%)보다 높았다. 3년으로 넓히면 해외 운용사는 0.77%이고 국민연금은 0.19%에 불과하다.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수익률 하락은 코스피 대형주 위주로 투자대상을 좁힌 탓에 시장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지만 최순실 사태 이후 추락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위상과 수익률보다 ‘재벌 개혁’을 내세우는 정부정책에 코드 맞추기가 더 큰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도 있다. 급기야 1년 동안 기금운용본부장이 공석인 사태가 발생했고 청와대의 인사개입 논란까지 나왔다. 수익률 급락에 국민연금 내부는 비상이다. 담당 실장을 해임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정부가 국민연금을 수익률기관이 아닌 정책 집행기관으로 바라보는 현실에서 변화는 없다. 현 정부는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에 몰두하면서 수익률 하락에 대한 관심은 찾아볼 수 없다. 김성주 국민연금 공단 이사장은 재무적 관점의 수익률 대신 사회적 가치를 반영한 수익률로 평가하도록 제도를 바꾸겠다고 밝혔다. 연기금 관계자는 “그동안 수익률이 떨어진 자산운용사는 국민연금이 운용을 맡기지 않는 식으로 패널티를 받았지만 앞으로 수익률이 떨어진 운용사일수록 스튜어드십코드 가산점을 악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17일 스튜어드십 코드 공청회를 앞두고 공개된 초안에서 투자대상기업을 주기적으로 점검해 환경을 오염시키거나 고용수준이 낮고 총수 중심의 독단적 경영을 하는 등의 경우 투자를 제한하거나 배제하기로 한 것도 수익률보다 정책이 우선된 사례로 꼽힌다. . 

앞서 정부가 공공임대주택 재원 마련을 위한 ‘국민안심채권’ 에 국민연금의 투자를 종용한 것도 수익률을 도외시한 모습이다. 연기금 관계자는 “정부 일각에서 국민연금이 재무적 수익률을 중요시하는 것은 마치 ‘탐욕’인것처럼 지적하지만 그 수익률 속에는 전 국민의 노후 자금을 최대한 늘려야 한다는 공익가치가 들어있다는 사실을 놓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민연금 내부에서도 수익률을 기준으로 합당한 성과를 지급하는 당연한 원칙이 흔들리고 있다. 2017년 말 국민연금은 성과급의 기준이 되는 목표 초과수익률을 3년 만에 낮췄다. 전북 전주 이전에 따른 직원 이탈 등을 고려한 것이다. 국민연금 내부에서도 찬반양론이 일었고 최고의결기구인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서도 논란이 나왔지만 그대로 통과됐다. 지난해 말 국민연금이 예상보다 높은 7.28%의 수익률을 달성했지만 예산을 받지 못해 규정한 성과급의 반도 지급하지 못하며 스스로 꼼수를 만들어 낸 것이다. 한 연기금 관계자는 “국민연금 운용역은 민간 연봉 수준의 50%를 받지만 싱가포르국부펀드는 민간의 90%를 지급한다”며 “민간과 경쟁력 있는 보상이 원칙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획재정부 산하의 한국투자공사(KIC)조차 민간의 80%를 지급하고 있다. 전직 국민연금 관계자는 “투자를 잘 못해도 손해가 없고 잘 해도 이득이 없는 조직”이라면서 “당연히 수익률보다는 정치를 하게 된다”고 말했다. 
/임세원기자 wh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