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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두자

아까시 꽃

by 올곧이 2008. 5. 6.
<오후여담>
‘아까시 꽃’
올해 초 출시된 스티브 히크너와 사이먼 J 스미스 감독의 애니메이션 ‘꿀벌 대소동’은 사고뭉치 꿀벌 배리의 일탈로 시작된다. 벌집을 가출한 그는 꽃집 아가씨 배닛과 함께 얘기를 나누며 지내던 중 인간들이 벌꿀을 뺏어간 사실을 알고는 소송을 통해 되찾아온다. 하지만 먹을 것이 넘쳐난 벌들이 채밀(採蜜) 활동을 하지 않자 식물들은 꽃가루받이를 하지 못하고, 그로 인해 벌들의 식량도 바닥을 드러낸다. 결국 꿀벌들은 마지막 남은 꽃을 찾아 나선다…. 이 영화를 떠올리게 하는 ‘아카시아 벌꿀축제’가 경북 칠곡군에서 한창이다. 5일 개막된 제8회 축제는 8일까지 지천면 신동재 일원에서 계속된다. 벌꿀 시식과 꿀따기 체험, 벌수염붙이기, 가요제, 봉침 시술, 사진찍기 등 프로그램이 다양하다. 이 행사의 주연은 벌과 벌꿀이지만 빛나는 조연은 당연히 ‘아카시아’ 꽃이다.

아카시아로 불리는 아까시나무가 처음 이 땅에 들어온 때는 1897년으로 알려진다. 고무풀의 원료로 사용하기 위해 아까시나무의 일종인 아라비아고무나무(Acacia senegal)를 수입한다는 것이 담당 공무원의 무지로 로비니아 프세우도 아카시아(Robinia pseudo-acacia)를 들여온 것이다. 둘 다 학명에 ‘아카시아’란 영문이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북아메리카가 원산지인 로비니아의 한글 이름(국명)을 호주 및 아프리카 원산의 아카시아와 구별하기 위해 학계에서는 ‘아까시나무’로 명명했다. 학술명인 국명과 통칭 또는 속칭이 다른 식물은 아까시나무 외에도 더 있다. 가로수로 많이 심는 플라타너스나 포플러가 대표적이다. 이를 양버즘나무나 양버들로 부르는 사람은 많지 않다.

시야를 넓히면 점점 더 복잡한 식물 이름을 보게 된다. 같은 풀과 나무라도 남북한 간에 이름이 다른 사례가 많다. 알파벳과 한글이라는 문자를 넘나드는 데 따른 차이가 아니라, 한글 이름이 휴전선을 넘으면서 서로 다른 것이다. 박태기나무 - 구슬꽃나무, 방울꽃 - 자주주름꽃, 산사나무 - 찔광나무, 수수꽃다리 - 정향나무, 양귀비 - 아편꽃, 함박꽃나무 - 목란, 협죽도 - 류선화….

학자들의 연구 노력도 필요하지만, 학교에서 식물 이름을 교육과정으로 가르칠 필요가 있다. 9~16년간의 교육 기간중 국민의 교양에 속할 이런 지식을 제대로 가르치지 않기 때문이다. 아까시 꽃의 꿀 향기가 나무와 풀 이름들을 일깨운다.
[[황성규 / 논설위원]]
기사 게재 일자 2008-05-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