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이제 나이가 많이 들었는지 최근에는 의지 하고픈 대상이 늘었다.
아직 이래서는 안되겟다고 마음 속으로는 다짐을 하고 각오도 하지만 알게 모르게 슬며시 풀어지는것은 그만큼 내 자신이 약해졌다는 솔직한 심정일 것이다.
오늘 신문을 읽으면서 천자칼럼의 老字가 눈에 들어왔고 그 내용에 의지하고 싶은 말들이 있어서 여기에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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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칼럼] 원본: http://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10111062131
노마지지(老馬之智)
입력: 2010-11-10 17:00 / 수정: 2010-11-11 03:15
중국 춘추시대 제나라 환공(桓公)이 명재상 관중(管仲)과 함께 군사를 일으켜 고죽국 정벌에 나섰다. 전쟁을 끝내고 돌아오던 중 혹한 속에 길을 잃고 말았다. 진퇴양난에 빠져 군사들이 추위에 떨고 있을 때 관중이 나섰다. "늙은 말의 지혜가 필요합니다(老馬之智可用也)".즉시 늙은 말을 한 마리 끌고와 고삐를 풀어놓고 앞장 세웠다. 말을 따라가자 얼마 안돼 큰 길이 나타나 무사히 돌아왔다고 한다. 한비자(韓非子) 설림(說林)편에 나오는 '노마지지(老馬之智)'의 고사다.
세상엔 젊음의 패기와 열정만으론 풀어낼 수 없는 일들이 있는 법이다. 아프리카 말리 출신의 역사 · 종교학자이자 문학가인 아마두 햄파테바는 아프리카에서 노인 한 명이 숨을 거두는 것은 도서관 하나가 사라지는 것과 같다고 했다. 거친 세상 살아내면서 얻은 지혜는 무엇보다도 소중하다는 뜻이다. 학교나 책이 변변히 없는 아프리카에서 교육은 주로 경험 많은 노인들의 옛이야기나 격언 전설을 통해 이뤄지기에 더 그럴 게다.
디지털 시대에 노인이 설 자리는 점점 줄고 있지만 노년의 지혜가 빛나는 경우는 얼마든지 있다. 영화배우 겸 감독인 클린트 이스트우드만 해도 그렇다. 이미 팔순인데도 작품이 점점 좋아진다는 평을 얻고 있다. 초기에 그는 '황야의 무법자''더티 하리' 같은 서부영화나 형사물의 마초형 배우로 이름을 알렸다. 하지만 1971년 '어둠 속에 벨이 울릴 때'로 감독에 데뷔한 후 나이를 먹을수록 묵직한 작품을 내놓고 있다. 2005년 '밀리언달러 베이비'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거머쥔 후에도 '아버지의 깃발''체인질링''그랜 토리노'등 화제작을 잇따라 발표했다.
검찰의 의원사무실 압수수색으로 얼어붙었던 국회가 정상화 된 데는 박희태 국회의장의 노마지지가 일조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포폰 사용에 대한 국정조사,한 · 미 FTA 비준안 처리 등 만만치 않은 현안들이 대기하고 있어 불안한 봉합이란 시각도 있지만 여야 지도부를 끈질기게 설득해 국회 파행을 면하게 한 것은 경륜의 힘이 발휘된 결과란 얘기다.
어디 이스트우드나 박 의장뿐일까. 우리 주변에는 생생한 현장의 지혜를 갖춘 노인들이 많다. 그들을 속절없이 변두리로 밀어내면서 어떻게 부양할까를 걱정만 할 게 아니다. 도서관 못지 않게 풍부한 지식과 지혜,능력을 활용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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老
馬 : 말 마
之 : 의 지
智 : 슬기 지
아무리 하찮은 것일지라도 저마다 장기(長技)나 장점을 지니고 있음을 이르는 말이다. 《한비자(韓非子)》〈세림(說林)〉 상편에 있는 이야기이다.
춘추시대 오패(五覇)의 한 사람이었던 제(齊)나라 환공(桓公) 때의 일이다. 어느 해 봄, 환공은 명재상 관중(管仲)과 대부(大夫) 습붕(隰朋)을 대동하고 고죽국(孤竹國:하북성(河北城)내)을 정벌하였다. 그런데 전쟁이 의외로 길어지는 바람에 그해 겨울에야 끝이 났다. 그래서 혹한 속에 지름길을 찾아 귀국하다가 길을 잃고 말았다. 전군(全軍)이 진퇴양난(進退兩難)에 빠져 떨고 있을 때 관중이 말하였다. “이런 때 늙은 말의 지혜가 필요하다[老馬之智可用也(노마지지가용야)].” 즉시 늙은 말 한 마리를 풀어 놓았다. 그리고 전군이 그 뒤를 따라 행군한 지 얼마 안되어 큰길이 나타났다[乃放老馬而隨之 遂得道行(내방노마이수지 수득도행)].
또 한번은 산길을 행군하다가 식수가 떨어져 전군이 갈증에 시달렸다. 그러자 이번에는 습붕이 말하였다. “개미란 원래 여름엔 산 북쪽에 집을 짓지만 겨울엔 산 남쪽 양지 바른 곳에 집을 짓고 산다. 흙이 한 치[寸]쯤 쌓인 개미집이 있으면 그 땅속 일곱 자쯤 되는 곳에 물이 있는 법이다.” 군사들이 산을 뒤져 개미집을 찾은 다음 그곳을 파 내려가자 과연 샘물이 솟아났다.
이 이야기에 이어 한비는 그의 저서《한비자》에서 이렇게 쓰고 있다. “관중의 총명과 습붕의 지혜로도 모르는 것은 늙은 말과 개미를 스승으로 삼아 배웠다. 그러나 그것을 수치로 여기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날 사람들은 자신이 어리석음에도 성현의 지혜를 스승으로 삼아 배우려 하지 않는다. 이것은 잘못된 일이 아닌가.”
노마지지란 여기서 나온 말인데, 노마식도(老馬識道)·노마지도(老馬知道)라고도 하며, 요즈음에도 ‘경험을 쌓은 사람이 갖춘 지혜’란 뜻으로 사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