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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마음의 글

지도자의 원칙과 독선

by 올곧이 2009. 2. 10.

출처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09021001033023015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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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시각>

지도자의 원칙과 독선

 

 국정운영에 있어 원칙을 지킨다는 것은 중요하지만 쉽지 않다. 특히 국민 정서나 기존 관행에 배치되는 원칙을 고수하는 것은 지도자를 위기에 빠뜨릴 수도 있다. 반면 단기적 여론이나 이해득실을 따져 원칙을 무너뜨리면 사회 전체가 무질서와 혼란으로 최악의 희생을 치를 있다. 리더십의 1 덕목으로 ‘신뢰’를 강조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리더십을 구성하는 요소로 비전, 국정수행능력 다양한 자질을 꼽지만 지도자에 대한 신뢰가 없으면 모든 것은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신뢰받지 못한 지도자가 제시하는 비전은 호소력을 가질 없고 국정수행능력 역시 제대로 발휘될 없다. 그런데 지도자에 대한 신뢰는 정직과 원칙에서 나온다. 거짓을 일삼는 지도자는 원칙을 강조해도 국민들이 믿지 않으며 정직한 지도자라도 자주 원칙을 어기면 국민들의 신뢰를 받을 없다.

 

이명박 대통령이 9 8 라디오연설을 통해 “대통령으로서 당장의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우리가 반드시 지켜야 하는 기본과 원칙을 붙잡고 뚜벅뚜벅 나가겠다”고 밝힌 것은 이런 의미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다. 사실 현정부 최대의 약점은 신뢰의 부족이다. ‘고소영’·‘강부자’ 인사,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따른 촛불시위 등으로 증폭된 불신은 경제회복을 위한 정부의 추진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지금이라도 대통령이 진정성을 가지고 원칙을 지킴으로써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 대통령에게 한가지 당부를 하지 않을 없다. 원칙을 준수하되 원칙주의에 매몰돼선 안된다는 것이다. 그리스 신화 ‘안티고네’는 그런 위험을 경계하는데 ‘안성맞춤’이다. 자신의 어머니와 결혼한 사실을 테베의 오이디푸스는 눈을 찔러 장님이 딸인 안티고네와 테베를 떠난다. 사이 안티고네 오빠들 사이에 왕위 쟁탈전이 벌어져 동생 폴리네이케스가 이웃나라의 힘을 빌려 에테오클레스에 도전한다. 전투에서 형제가 모두 사망하자 섭정을 맡은 크레온은 에테오클레스의 장례식을 치른 반면 폴리네이케스의 매장과 애도를 금지한다. 오이디푸스가 죽어 귀국한 안티고네는 크레온의 명령을 어기고 폴리네이케스의 시신을 매장한다. 크레온은 안티고네가 자신의 아들 하이몬과 약혼한 사이지만 체포를 명령한다. 대중들은 천륜을 들어 안티고네의 사면을 요구했지만 크레온은 안티고네를 죽이라고 명령한다. 크레온은 “멋대로 법을 어기거나 왜곡하는 사람은 집안 사람이라도 절대 용서할 없다. 국민을 이끄는 지도자는 아주 사소한 문제에 있어서도 그것이 옳은 일이든, 심지어 옳지 않은 일이라 하더라도 국법에 복종해야만 한다”고 선언한다. 법과 원칙만으로 따지면 폴리네이케스는 반역자였고 안티고네는 국법을 어긴 범법자인 반면 크레온은 가족에게까지 법질서의 준수를 요구했던 지도자였던 셈이다. 그러나 결과는 참담했다. 크레온은 새로운 신탁을 받고 안티고네를 석방하려 했지만 이미 목을 자살한 뒤였고 하이몬 역시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심지어 후세 역사가들은 크레온을 전제군주로 분류했다. 신화의 교훈은 원칙주의에 매몰될 경우 아집과 독선으로 이어질 있다는 것이다.( K. 클레멘스, D.F. 메이어, ‘고전에서 배우는 리더십’)

 

대통령은 자신의 성공신화와 국정운영 철학에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는 반면 다양한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정치권에 대해서는 상당한 불신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타인의 생각과 가치에 닫혀 있는 지도자는 아집과 독선의 함정에 빠지기 쉽다. 대통령이 법과 원칙을 확고히 지켜나가되 소통의 문도 활짝 열길 기대한다.

기사 게재 일자 2009-02-10

 

[ / 정치부 차장] minp@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