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이 인재채용의 적기다. 물이 좋다고 할 수 있다"
- LG전자 남용 부회장(2월 9일 기자간담회)
경기도 화성에 있는 한 중소 업체를 찾았습니다. 천여평 정도 부지에 사무동과 연구동, 생산동 등 갖출 건 다 갖췄다는 느낌으로 건물로 들어섰습니다. 안내를 맡은 직원이 1층 작업장으로 들어서더니 사장님'을 부르더군요. 다른 직원들과 함께 작업을 하던 홍준기 대표가 예' 하며 취재진을 맞았습니다.
홍 대표는 한양대 전기공학과를 중퇴하고 기술자로 일을 시작한 뒤 창업을 한 후에도 기술자임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작업대를 지켰다고 합니다. 홍 대표는 집무실에 들어서자 마자 최근 경기를 묻는 기자 질문에 "큰 위기라는데 우린 몰라요. 하지만 긴장하고는 있죠. 타격이 덜해요. 우린 우리 분야 1등인데요. 원래 대기업들이 경기 안 좋으면 3등 줄이고, 2등 줄이죠. 1등은 안 줄이거든요." 이렇게 대답하더군요.
실제로, 경기 불황의 칼바람이 적어도 이 회사에서만큼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회의실마다 무슨 얘길 하는지 직원들이 토론에 열중이고 작업장 기계도 쉴새 없이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홍준기 대표와의 문답입니다.
-'인재 채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인재는 한마디로 기업의 생명력입니다. 확보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테마죠. 한국인이 안되면 중국인이라도 확보해야 합니다. 실업자가 많다는데 그 인재들이 다 어디로 가 있는지 모르겠어요. 왜 우리한테는 안오는지...경기도, 시골이라서 그런가요, 하하"
-왜 중소기업에 구직자가 안 올까요?
"'허명'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출발점은 대기업이 낫다고 생각을 하겠죠. 의식이 없는 겁니다. 대기업에서 나이 50 먹은 사람, 임원말고 또 있습니까? 처음은 달지만 나중엔 쓰죠. 중소기업은 처음엔 쓸 수 있어도 나중엔 답니다. 그동안 중소기업은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젠 다르죠. 중소기업에서 열심히 일 배우면 스스로 창업할 기회가 대기업보다 훨씬 많습니다. 야망 있는 친구들이 안 와요. 독립할 기회가 훨씬 많은데요. 학벌도 가리지 않습니다. 고등학교건 대학교건 아무것도 따지지 않습니다. 직장이 아니라 직업을 봐야 합니다."
-지금 채용 방식은 어떻게 합니까?
"인터넷 구인 사이트에 항상 광고를 냅니다. 엔지니어,회계, 관리파트, 연구파트, 기획파트. 가리지 않고 인재라고 판단되면 무조건 쓸어오려 합니다. 열정만 갖고 오라고 하죠. 지난해에도 2,30명 채용했는데...보통 15% 정도는 입사하자마자 나가더라고요. 더 좋은데가 있는 건지..."
-근무조건은 어떤가요?
"중소기업이라도 그다지 나쁘지 않아요. 대졸 초임 기준으로 기본금 2,100만원에 성과급 따로 지급하고요. 기숙사에, 숙식제공하죠. 입사하면 일본이나 중국에 해외 연수를 보내주고 있습니다."
-산학협동으로도 유명하던데요.
"수원 공고 학생들에게 교육을 시키고요. 일단 가능성이 보이면 필요한 기술을 익히도록 대학 교수들한테 보내요. 6개월이든 1년이든 공부를 시키죠. 폴리텍이 그 시스템이 아주 잘 돼 있더라고요. 사원들도 1인당 1년에 교육과정을 기본적으로 8개는 통과시키도록 합니다. 무슨 교육이든,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수료증만 요구합니다. 물론 회사가 100%비용 부담을 합니다."
-'인재',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인재라면 아무 것도 가리지 않습니다. 숫자에 구애받지 않습니다. 그 회사의 최종 경쟁력이고 생존력입니다. 대한민국 끝까지, 세계 끝까지라도 가서 구하려고 합니다. 우리는 항상 인재에 목말라 있습니다."
- 대기업에 무조건 들어간 뒤 시키는 일을 하는 것, 내가 원하는 분야의 일을 택한 뒤 그 분야 기업에 들어가는 것...어떤게 나을까요?
물론 명함에 적힌 회사 이름으로 판단받을 때가 있습니다. 친구 만날때, 여자친구 부모 만날때, 집안 어른 만날때...하지만 어떤게 실속 있는지 말 안해도 알 수 있습니다. 청년 백수가 20만이다 30만이다, 실업자가 100만이다...수많은 통계가 나오는데, 노는 사람이 엄청 많은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우수한 중소기업들은 20만명 이상의 인력을 구하지 못하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내가 원하는 '회사'를 찾기 전에 내가 원하는 '직업'을 찾고, 내가 원하는 '회사'에 가더라도 회사가 내게 뭘 원하는지, 내가 과연 그 회사가 원하는 '인재'인지 계산해보면 취업의 문이 조금은 넓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지난 94년 세워진 이 회사는 금형과 성형을 시작으로 최근엔 휴대폰 'LCD 백라이트'를 주력으로 생산하고 있습니다. 이 기술로는 국내 1, 2위를 다투고 있고 글로벌 기준으로도 5위 안에 든다고 합니다. LG휴대폰에 들어가는 백라이트의 50%가 이 업체 제품일 정돕니다. 연평균 성장률 61%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우며 지난해 1억달러 매출을 기록했고 수출액도 7천만 달러를 넘어섰습니다. 현재 직원은 150명 정도입니다.
해외 법인이 더 큽니다. 중국 혜주 공장에 500명, 중국 연태 공장에 550명이 일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 쪽에서도 성과가 워낙 좋아서 조만간 홍콩에도 회사를 확장할 계획이라고 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