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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방하착에 대해 생각하다 250503

by 올곧이 2025. 5. 3.

5월3일 토요일

 

 일곱시 경에 눈을 떴다.

주차장이 젖은 걸 보니 비가 온 것 같은데 엊저녁에 아내에게 들은 얘기와는 다르다.

분명히 오늘 오후에 그것도 늦은 시간에 비가 내린다고 했는데 밤사이 비가 내렸다고?

날씨야 인간들이 어찌할 수 없는 것이고 기껏 예측정도만 할 뿐이니 조금 틀릴 수도 있는 일이다. 어쨋거나 아침일찍 운동삼아 산책을 하려고 했는데 지금 비가 내리는지 멈췄는지도 모르니 그것 부터 알아봐야...

 

 어지간히만 내려도 우수관으로 내려가는 빗물소리가 또닥거리며 날텐데, 지금은 그 소리마저 들리지 않으니 비가 내리는지는 알 수 없다. 어쩌다 사람들이 집을 나오면 우산을 펼치는지 아닌지 여부에 따라서 판단하면 되는데 토요일이라 그런지 다들 늦잠을 자는지 움직이는 사람이 없다. 그 때 옆통로 현관에서 조금 젊은 남자가 나오다가 도로 들어가는 모습이 보인다. 아마도 담배를 피기 위해서 나오는 폼 같았는데 머리를 채 내밀기도 전에 도로 들어가는 것을 보니 비가 내리고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조금있으니 역시나 나오기 바쁘게 우산을 펼치는 모습이 ㅎㅎ 내가 점쟁이?

 

 그러고 보니 베란다 밖에 달린 에어컨실외기 아랫쪽 모서리에 빗방울이 대롱대롱 메달린 것이 보인다.

잠시 그 대롱거리는 빗방울을 바라보니 점점 커지다가다는 톡 떨어지고, 없어졌나 싶더니 또 커지면서 톡 떨어진다. 그 잠시동안이지만 생각은 날개를 단 듯 퍼득거렸다. 왜 메달려서 대롱거릴까 하는 생각에서 부터 떨어진 빗방울은 어떻게 변하고 어디로 갈까 까지...ㅎㅎ 역시 여유가 있으니 생각의 폭은 넓어져도 시간적 구속이 없으니 백수가 좋다는 생각도 해 본다. 그러다가 문득 방하착이라는 단어가 생각났다.

 

 방하착(防下着)! 내려 놓는 것!
그렇다. 우리는 매일 무언가를 움켜쥐며 살아간다. 욕심, 자존심, 미련, 불안, 심지어 과거의 상처까지. 그러다 문득 '방하착(放下着)'이라는 단어를 생각할 때, 마음속에서 울림이 일었다. 무언가를 놓아버릴 수 있다면, 그 순간부터 가벼워지고 자유로워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방하착’은 본래 불교 용어다. 한자로는 '놓을 방(放)', '아래 하(下)', '붙을 착(着)'으로, 직역하면 "놓아라!" 혹은 "내려놓으라!"는 뜻이다. 이 말은 특히 선종(禪宗)에서 자주 등장하는 말로, 고승 혜능(慧能) 선사의 일화로 유명하다. 어떤 중이 고민을 안고 혜능 선사에게 찾아와 물었다.

"스님, 제 마음이 괴롭습니다. 어떻게 해야 편안해질 수 있을까요?"

그러자 혜능 선사는 단순히 이렇게 답했다.
"방하착하라."

"이미 내려놓았습니다."
"그렇다면 더 이상 괴로울 것이 없다."

짧은 문답이지만, 그 안에는 깊은 진리가 담겨 있다. 우리가 삶에서 겪는 괴로움과 번뇌는 대부분 쥐고 있는 것들에서 비롯된다. 놓지 못해 아프고, 집착해서 괴로운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그렇게 집착할까?

정답은 간단하다. 불안하기 때문이다. 지금 가진 것을 놓으면 모든 것을 잃을까 봐 두렵고, 과거를 놓으면 자신이 부정당하는 것 같아 무섭다. 그래서 놓는 법을 모른 채, 점점 더 많은 것들을 등에 짊어지고 살아가게 된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방하착은 잃음이 아닌 ‘얻음’의 시작이 되기도 한다. 마음을 가볍게 하면 새로운 것이 들어올 여백이 생기고, 과거를 놓아야 현재를 온전히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미련을 놓는다는 것은 그만큼 지금을 살아가겠다는 다짐이기도 하다.

 ‘방하착’의 삶을 실천한다는 것은 단순히 무소유를 의미하지는 않을거다.

그것은 자신에게 진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분별하고, 불필요한 것들을 줄이며, 마음의 중심을 지키는 삶을 뜻하지 않을까?! 꼭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정리하는 미니멀리즘도, 지나간 감정을 정리하는 감정 다이어트도, 결국은 방하착의 실천일 것이다. 그리고, 방하착은 하루아침에 완성되는 태도가 아니다. 인간은 본래 놓기보다는 쥐기를 잘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럴수록 의식적으로 질문해 보아야 한다.

"지금 내가 쥐고 있는 것은 정말 필요한가?"
"이 감정을 놓으면 안 되는 이유가 무엇인가?"

 스스로에게 솔직해질 수 있을 때, 비로소 방하착은 시작되는 것일거다.
살면서 누구나 무거운 가방 하나쯤은 메고 있다. 누가 더 많이 가지고 있느냐보다, 누가 더 잘 내려놓느냐가 오히려 삶의 질을 결정짓는 시대다. 마음을 비우고 내려놓는 법을 배운다면, 우리는 어쩌면 지금보다 훨씬 가볍고 자유롭게, 그리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저 빗방울도 대롱대롱 메달려 있다면 자신에게도 또 주변에게도 별로 의미있는것은 아닐 것이다. 비로소 떨어지니 빗물이 되고 땅 속으로 들어가 많은 동,식물에게 목마름을 해소시켜 주고 또 바다로 흘러 들어가 평온한 삶을 만끽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오늘 하루는 마음속 무언가 하나쯤은 놓아보는 것을 찾아봐야겠다. 그 하나의 방하착이, 내일의 평온으로 이어질지도 모르니...ㅎㅎ

 

 그런데, 눈 앞에 보이는 어항이 많이 더러워진 것 같다. 방하착도 산책도 2순으로 놓아야겠다. ㅋㅋ

이렇게 나에겐 방하착이 어렵구나. 어쩌랴! 어항 속에 사는 고기들도 나를 위함인데 나도 그들을 위해 할건 해야지! ㅎㅎ

하지만 방하착은 매시 순간에도 할 수 있음이니 마음 한켠에 겨울 화로처럼 불씨가 꺼지지 않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