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20일 일요일
하늘에는 구름이 가득한 아침이었는데 점심이 지난 지금까지도 마찬가지다.
오늘은 오후 근무라서 오전에는 아내와 태화장을 구경하기로 하고 집을 나섰는데 날씨가 쌀쌀하다. 가을이라고 좋아라 했지만 파란 하늘을 몇 번이나 구경했는지 모르겠다. 어제까지만 해도 비가 내리던 날씨였는데 벌써 겨울이라면 대체 가을은 사라졌다는 말인가? 태화산을 넘어가면서도 좀처럼 몸에 열기가 나지 않고 오히려 산등성이를 넘어서니 바람까지 차갑다.
집을 나오면서 생각은 실내 기온이 따스했으니 바깥 기온이 조금 차갑게 느껴지는구나 했던 것이 "오호 이건 아닌데..." 하는 생각으로 바뀌게 되었다. 바람막이를 걸쳤으니 망정이지 이거라도 걸치지 않았다면 낭패를 볼 뻔 했다. 시장이 가까워 져서는 바람막이를 고쳐 입고 자크를 목까지 올리고서야 그나마 내 체온이 유지되는구나 싶었으니 ...
시장통에 들어서니 상인들은 모두 두터운 동복차림이고 장을 보는 사람들도 거의 패딩조끼를 입었거나 후드가 달린 옷으로 앞섶을 닫고 다니면서 '아이고 추워라"라는 소리도 만만찮게 들린다. 단발로 끝나는 이상기온이라면 다행이지만 이대로 겨울로 이어진다면 이건 보통 문제가 아닐 듯 하다. 가을이 불과 며칠이었다고? 허~얼!
갑작스런 추위 때문인지 시장을 보는 사람들도 거의 빠른 걸음으로 사라지고, 장구경을 나온 사람들도 별로 없어서 그런지 보통 때 같으면 왁자지껄할 시간대 인데도 불구하고 시장은 풀이 죽은 듯 조용했다. 우리도 시장구경은 생략하고 몇가지 식재료만 사서 산을 넘어 올 수 밖에 없었다. 어지간 했으면 장도 보고, 자주가는 고집센 갈비집에서 갈비탕으로 점심을 떼웠을 것이지만 ...조금 아쉬운 장날이었다.
산을 천천히 넘어 오면서도 계절변화에 대해 생각이 그치질 않는다.
특히, 내가 좋아하는 계절인 가을이 점점 짧아지고 있다는 것에 대한 아쉬움과 쫓기는 듯한 조바심? ㅎㅎ
그리고, 계절의 현상이 점점 변화함에 따른 인간의 생존방법은 어떻게 바뀔까 싶기도 하고...
기상학자들이나 이 분야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연구를 하고 있겠지만 아무튼 기상급변은 인간세계나 생태계에 이로울 것이 없다는 것은 문외한의 나도 대충은 짐작할 수 있다. 당장 독감예방 주사를 맞아야 하니까 ㅎㅎ
오후 출근 길에 라디오에서 꿀벌이 사라지면 이 세상은 어떻게 바뀔까 하는 내용이 잠깐 스쳐지난다.
어디 꿀벌만이 문제겠는가? 당장 사람의 건강부터가 문제 될 것이다.
인간은 점점 운동부족에다 극기력의 부족으로 체온의 급변을 이겨내지 못하고 여러가지 질병에 노출될 것이 뻔한데다 먹을 것을 생산하는 농업이 타격을 입으면 물가는 천정부지로 오를 것인데 먹을거리는 어떻게 마련할지?
그리고,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의 모든 인프라는 제대로 유지될 것인지? 물, 전기 등 생존에 필요한 유틸리티는 제대로 공급될 것인지? 이 또한 자원과 무관치 않을 것인데 우리나라는 어느 정도로 준비되어 있는지?
이런 저런 쓸데없는 걱정을 하다보니 출근길이 짧아진 것 같이 금방 도착했다.
운동장 모서리에 꽂힌 깃발들이 넘어질 듯 바람에 부대끼는 날씨지만 축구마니아들은 아랑곳 하지않고 열심히 뛰는 모습에 조금 전 고민했던 모든 것이 싹 사라졌다. 괜한 걱정을 한 것에 뻘줌했던 만큼 남은 시간은 더 활기찬 모습들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세상은 마음먹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