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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비는 내리고 241015

by 올곧이 2024. 10. 15.

10월15일 화요일

 

 운동장엔 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인조 잔디지만 시선의 장애물이 없이 넓게 펼쳐진 초록빛깔이 눈을 시원하게 한다.

예닐곱 마리의 비둘기가 날아와서 내가 하지 못한 과자 부스러기 같은 작은 것들을 청소해 주고 있다.

이럴 땐 고마운 존재다.

 

 나는 뜨거운 믹스커피를 홀짝거리며 그들을 살펴 보는데 어디선가 또 한무리가 나타났다.

처음왔던 그들은 여기저기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여유롭게 먹이 활동을 하더니만 다른 무리가 오면서 이런 평화분위기는 깨지고 말았다. 한마리가 빠른 걸음으로 먹이를 찾아 나서자 다른 비둘기가 시샘을 하는 듯 빠른 걸음으로 종종거리며 따라가고, 그걸 눈치챈 앞선 비둘기가 더 빨리 가려고 걷다 날다를 반복하며 가니까 뒤따라 가던 비둘기들은 아예 날아서 앞선 비둘기를 따라 잡는다.

 

 나도 모르게 "저 놈들이...?" 하는 못마땅한 소리를 낸다.

커피를 마시며 여유만만하게 음악을 듣던 나도 그들의 행동을 지켜 보느라 커피 맛이 어떤지 무슨 음악인지도 잊은채 빠른 눈동자를 굴리며 비둘기들의 행동을 살피고 있다.

 

 처음 무리들은 아주 여유롭게 차근차근 움직이며 운동장을 청소하였지만 경쟁자들이 나타나니 모든 비둘기들이 천방지축이 되어 덕분에 운동장 청소를 바랐던 내 뜻이 무의로 돌아가는 듯 해서 괜히 비둘기에게 짜증 섞인 불만을 내뱉았다. 애초에 그들이 없었으면 내 맘도 움직이지 않았을 텐데 말이다.ㅎㅎ

 

어쩌면 비둘기는 생존경쟁을 하는지도 모르는데 나는 그 미물들을 이용해서 내가 해야 하는 청소를 대신 해주기만을 바라고 있었던 내 욕심에 스스로 참 간사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니 조금 부끄러운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그들을 향했던 시선을 거두면서 분위기 전환을 시도한다. ㅎㅎ

 

 어제 오후에는 조금 일찍 퇴근을 해서 서당에 가려고 준비를 하던 중 선생님의 전화를 받았다.

오늘 현보(강병길)의 작품 전시회가 중구 문화의 전당에서 있기 때문에 서당 수업 대신 작품관람으로 대체해도 되겠냐는 요지의 말씀이었다. 배우고 쓰는 것도 중요한 공부지만 그 대신 잘된 작품을 감상하면서 토론하는 것은 오히려 잘된 일이라고 생각되어 흔쾌히 동의를 했더니 "그럼 그렇게 알고 추진하겠습니다"라는 대답이셨다.

 

 오후 4시에 전시회가 열리는 중구문화의 전당을 찾았다.

이미 도반 중 초우(이재웅)가 먼저 와 있어서 인사를 하고 작품들을 관람하였다. 주최는 울산미술협회에서 하면서 장애인단체, 경로당협회, 사진협회, 미술협회, 서예협회에서 추천한 작품들이 전시되었는데 작품을 보는 눈이 아직 덜 깨인 나는 작품을 평하기 보다는 내 맘에 드는 작품이 어떤 것들이 있나를 찾아 공감을 하는 것으로 목적을 두고 관람을 했다.

 

 관람을 하던 도중 도반 몇몇이 도착하였고 선생님과 현보도 도착하여 일단은 각자 나름대로의 관람을 마친후 저녁식사를 하기로 했다. 식사는 현보가 대접한다고 하니 참여한 우리는 각자 5만원씩 거출을 하여 현보의 부담을 줄여주기로 하고 관람을 했다. 그 중에 나의 눈에도 공감가는 작품이 더러 있었고 어떤 의도가 숨었는지 궁금한 작품도 있었지만 작품 설명이 부족하여 조금 아쉬운 전시회가 아니었나 싶었다. 최소한 도록으로 설명을 붙이거나 전시회 나레이터라도 있었으면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도, 나의 마음 한 켠에는 나도 저런 사진, 회화, 서예, 공작 등을 해보면 어떨까 하는 욕심이 생기는 것을 보면 작가는 되지 못했지만 아직은 열정의 불씨는 살아있구나 싶어서 더 늙기 전에 기회를 만났으면 싶은데 글쎄? 내 처지에 그런 기회를 만난다 하더라도 주변의 많은 장애를 극복할 수 있을지? 괜히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는 김우중 전대우그룹회장의  말씀을 떠올리며 아쉬움만 남긴다.

 

 비가 지쳤는지 잠시 해빛이 나타났다가는 또 하늘이 어두워 진다.

달력을 보니 오늘은 국민 체력 향상을 위한 각종 체육 행사와 아울러 올림픽의 이상을 구현하기 위하여 1962년 「국민체육진흥법」에 의하여 지정한 "체육의 날"이라는데 1973년 3월 ‘체육의 날’을 ‘올림픽의 날’(6월 23일)과 통합하면서 10월15일로 정했다고 한다. 그런데도 운동장에는 비 때문이기는 하지만 평소보다 사람들이 적으니 일반 국민들이 체육의 날이 있다는 것을 알기나 할까 싶은 의문이 들지만 조용하게 글을 쓸 수 있으니  좋다.

 

 남은 시간도 이렇게 보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