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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夏至) 240621

by 올곧이 2024. 6. 21.

6월21일 금요일

 

 주말을 앞 둔 오늘은 바람도 없이 텁텁한 날씨에 기온은 벌써 23도를 넘고 있네요.

이미 열린 창 너머로 밖을 내다보니 하나 둘 빈자리를 남기고 떠나는 출근하는 사람들의 차들이 보이고, 하늘엔 잔구름들이 이리저리 흩어져 뭉그러져 있습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엷은 흰구름사이로 희망처럼 파란 바탕이 보인다는 것입니다.

 

오늘은 절기상 낮 길이가 제일 길다는 하지(夏至)네요.

하지는 24절기 중 열 번째에 해당하는 절기로 망종(芒種)과 소서(小暑) 사이에 들며 년 중 낮 시간이 가장 길어져 무려 14시간 35분이나 된다고 하며 오늘부터 동지까지는 낮시간은 줄어들고 밤시간이 길어진다고 합니다. 더위는 하지부터 시작된다는 말이 있는데 벌써 제주도엔 장마가 시작되었고 서울지방은 체감온도가 50도를 넘었다니 실감이 나네요.

하지에 대해 조금 더 알아보려고 인터넷으로 조회를 하니 『고려사
(高麗史)』에는 5월 중기인 하지 기간 15일을 5일씩 끊어 3후(候)로 나누었는데, 초후(初候)에는 사슴이 뿔을 갈고, 차후(次候)에는 매미가 울기 시작하며, 말후(末侯)에는 반하(半夏: 끼무릇·소천남성·법반하)의 알이 생긴다고 한다니 옛사람들도 하지에 대해 관찰을 많이 했나 봅니다.


 이 기간엔 장마와 가뭄 대비 등 년 중 추수와 더불어 가장 바쁜 시기라고 하는데 그 일들을 보니 메밀 파종, 누에치기, 감자 수확, 고추밭매기, 마늘 수확 및 건조, 보리 수확 및 타작, 모내기, 그루갈이용 늦콩 심기, 대마 수확, 병충해 방재 등 많은 일들이 나열되어 있는데 글쎄요? 선진국 문턱에 있는 우리나라에서 아직도 누에를 치는 사람이 있을까 싶기도 하지만 이 외에도 농사일이 어디 이것 뿐이겠습니까? 자우튼 어린시절을 생각해 봐도 바쁜 일상임엔 틀림이 없습니다. ㅎㅎ

 

 어제 오후엔 아내와 입화산에 올랐다가 길촌마을을 지나 최제우유허지로 내려오면서 봤는데, 길옆의 계단식 논엔 벌써 모가 사람을 했고 풀도 돋아 났는지 논바닥의 흙이 제법 푸릇푸릇해 보였습니다. 하긴 “하지가 지나면 오전에 심은 모와 오후에 심은 모가 다르다”라는 속담도 있으니 그만큼 식물이 자라기엔 안성맞춤인 시기라는 것이겠지요!

 

“하짓날은 감자 캐먹는 날이고 보리 환갑이다”라는 말도 있다는데, 하지가 지나면 보리는 더 이상 알이 굵어지지 않고 마르고, 감자는 싹이 죽기 때문에 캐어다가 전을 부쳐 먹는 풍습도 있다고 하네요. 태화강 공원 남쪽 대밭을 따라 심었던 보리도 이미 수확이 끝났고 우리집 부엌의 식탁 위에도 삶은 흰감자가 함지박에 담겨있으니 세상은 많이 변해가고 있지만 예나 지금이나 풍습은 쉽게 변하지 않는가 봅니다.

 

 오늘은 그동안 만남이 뜸했던 친구가 만남을 요청해 와서 점심을 같이 하기로 했습니다. 아직도 직장(회사경비원)을 갖고 있어서 시간이 자유롭지 못하니 만남도 뜸했는데 최근의 소식으로는 친구아내가 심하게 다쳤다는 소식을 듣긴 했는데 어떤지도 알아볼 겸 위로도 할겸 만나기로 했습니다. 아마도 낮술을 좋아하는 친구들이라서 내키지는 않지만 오늘의 만남은 나를 위한 것이라기 보다 친구를 위로하는 자리니 만큼 순응하며 따라야 되겠지요?!

 

 까치 까마귀들이 시끄러워서 잠시 내다 본 하늘은 새파란 바탕에 흰구름이 선명하네요.

아마도 오늘은 "여름은 이런 것이다"는 걸 보여 줄 듯한 날씨이니 더위를 먹지 않게 선선한 곳에 있는 것이 보약일 것 같습니다. 즐거운 주말도 구상하시면서 오늘은 불금이 될 수 있었으면 싶네요. 우리 모두 건강합시다.

 

태화동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