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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어버이 날 240508

by 올곧이 2024. 5. 8.

5월8일 수요일

 

 남쪽 하늘엔 먹구름이 새까맣게 비가 쏟아질 듯 합니다.

바쁜 걸음으로 아파트를 빠져나가는 출근족의 손에도 접은 우산이 쥐어져 있습니다.

일기예보를 보니 새벽엔 비가 내렸지만 이후에는 점점 맑아지는 것으로 나오는데 일기예보 조차도 볼 시간이 없었거나 유비무환으로 가지고 가는 것 같습니다.

명정교 태극기를 보니 비를 머금어서 그런지 깃봉에 착 달라붙어서 꼼짝을 안하고 있는 것을 보니 바람도 불지 않은가 봅니다. 낮에는 산책하기엔 땀이 나겠다는 예보를 믿으며 오늘은 버스를 타고 서당에 갈까 생각 중입니다.

 

 오늘은 어버이 날이네요.

딸래미가 축하인사를 건네면서 출근하는 바람에 한 번 더 확인한 셈이 됐네요.

어른 봉양과 경로사상을 확산하고 국민정신계발의 계기로 삼으려고 범국민적 기념일로 정했다지만 편의를 우선시 하는 세태들이 직장과 학교 가까이 집을 얻어 사는 핵가족이 된 지금, 부모 입장에서도 그렇고 자식 입장에서도 서로 얼굴을 마주볼 수 있는 기회는 어쩌면 귀한 시간이 되고 말았네요.

자연적으로 가풍은 사라지고 오로지 배우는 것은 학교뿐이고 나머지는 자신의 됨됨이에 따라 선배를 두던지 천둥벌거숭이가 될 수 밖에 없는 사회가 된 것 같아 씁쓸합니다.

우리 자식도 예외일 수는 없어서 미혼인 딸래미도 자기방이 있어서 예전같이 같은 방에서 부모로 부터 받는 교육은 거의 없어졌다고 말하는게 맞을 듯 합니다. 엄마 아빠에게 대들거나 불만을 늘어 놓는 일은 없으니 그나마 다행으로 여겨야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ㅎㅎ

 

 작년가지만 해도 아침 일찍 자작한 카네이션을 가슴에 달아 주더니 오늘은 바쁜지 그냥 축하한다는 인사만 하고 출근을 하네요. 이런 풍습도 얼마나 이어질지도 모르겠고?

 

  며칠 전 어느 국회의원분이 어버이 날에 대한 국민설문조사를 언급하면서 “오늘 대체공휴일이 정착된 우리 사회를 보며 진정한 ‘민익’이 무엇인지 되돌아보는 시간으로 뜻깊게 보내고자 한다”며 발언한 가운데 우리나라 성인남녀의 절반가량이 어버이날을 법정 공휴일도 지정하길 바란다며 이는 제헌절이나 국군의날보다 2∼3배가량 높은 결과라고...

 하긴 SK커뮤니케이션즈의 시사 폴(Poll) 서비스 ‘네이트큐(Q)’가 설문을 한 대상은 성인남녀 9482명이라는데 이 응답자 가운데는 미혼만 해당되었는지가 확실하진 않지만  49%(4662명)가 ‘어버이날’을 쉬는 날로 하자고 답변했다는데 무슨 이유인지 설명되질 않아서 궁금증을 만드네요. 그냥 자기가 쉬고 싶어선지 아니면 부모를 찾아 뵐려고 그랬는지? ㅎㅎ

 

 만약 부모님을 뵙고 싶다면 하루로 해결이 될지? 또 그 응답자 중에 결혼한 부부가 있었다면 하루만에 양가를 다 뵐 수는 있는 것인지? 괜히 부부간에 우리집을 고수하다 싸움만 하는 것은 아닐지? ㅋㅋ 생각만 해도 우스운 풍경이 연출될 수 있을 것도 같습니다.

 

 이젠 우리 부부에겐 윗분들이 안계시니 쉬고 안쉬고가 중요한게 아니라서 별 생각은 없습니다.

다행히 쉬는 날에 자식들이 찾아주면 반갑기도 하겠지만 쉬는 날로 만들어 놓고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을 때는 오히려 실망하는 부모들도 있을테니 그냥 이대로가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그리고, 생각이 있으면 어버이 날이 아니더라도 전화한통 문자 한통이라도 보내면 될 것인데 구태어 이런저런 사례를 만드는 것이 과연 좋을지도?

요즘은 카네이션도 국산은 거의 없고 대부분 중국산을 수입하나다고 하는데 축하받을 정도의 부모님 세대가 외화를 낭비해 가며 축하받고 싶을까요?

 

이런 얘기들이 굉장히 부정적인 얘기로 들릴 것이라는 걱정을 하면서도 이런 얘길 하는 것은 요즘 사회 분위기가 그렇다는 얘기입니다. 그래서, 다른 대안을 찾으라고 하면 우선 사회분위기 부터 쇄신을 해야 하는데 참 깜깜합니다. 너무 어렵다는 얘기지요!

우선 교육부터 달라져야 되는데 전교조라는 단체가 교육계를 장악하고 있으니 부모라느 참 뜻이나 가르킬 수 있는지 부터가 회의적입니다. 정치는 더더욱 그렇다 보니 얘기할 토대조차 마련되질 못할 것이라 이럴 땐 이스라엘 교육제도가 부럽기도 하고...

 

 이젠 귀가 순해질 이순(耳順)도 지나 그냥 수긍하기도 버거울 나이에 이 무슨 제안이람?

그냥 세상 흐름에 맞기는 것이 순리라 생각하고 고집은 자신에게만 국한하는 걸로 결심해야겠지요?!

"애들아! 고맙다"는 말로 믿음을 보여주는게 어버이의 할 일인것 같습니다.

 

 오늘은 어버이 날이고 내가 당사자로 축하를 받아야 되지만 왠지 축하도 부담스럽네요!

남은 시간은 어버이 날이 아니라 평상시의 생각으로 돌아가 즐겁고 힘찬 그런 날이 되기를 ...

 

태화동에서...

마을 앞 명정천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