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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자전거로 240427

by 올곧이 2024. 4. 27.

4월27일 토요일

 

 안녕하시지요?

아침 하늘은 새파랗게 맑았는데 점점 미세먼지가 덮히는지 허옇게 변해갑니다. 그나마 아직은 운동하는데 지장이 없을 정도라서 점심 전에 자전거로 한바퀴 돌고 왔습니다. 어지간하면 오늘은 걷는 것도 좋지만 무좀걸린 발가락이 아직은 정상적이지 못해 짓무를까봐서 당분간은 걷는 것을 참을 수 밖에 없네요!

 

 모처럼 자전거를 탈려니까 타이어 바람도 빠져있고 먼지가 제법 쌓여있어서 손을 봐야겠지만 이 정도 될 때까지 방치하다시피 한 생각에 자전거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단 베란다에 세워둔 자전거를 마당에 내려 놓은 뒤 타이어가 빵빵할 정도로 바람을 넣었고, 먼지도 털고, 부산을 떨었지만 안장이 찢어지고 앞쪽 기어가 제대로 먹히지 않는 등의 근본적인 문제들이 남았네요.

빠른 시일내에 손을 봐야 하는데 그게 또 언제제가 될지?

요즘 많이 게을러 진 것은 틀림없어서 반성을 하곤 하지만 작심 하루 뿐인 것 같아서~ 에이그~

 

 요즘 생태하천복원공사를 하고 있는 명정천을 따라 태화강쪽으로 내려가서 은하수 다리를 건너고 십리대밭공원을 따라서 선바위쪽으로 방향을 잡았는데 오랜만에 걷는 것 보다 속도가 있어서 그런지 자전거를 타니까 이곳저곳을 쉽게 다가갈 수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평소에는 십리대밭 강변길로 다니다가 이번에는 공원 뒷쪽으로 가 보니까 보리를 심어놓은 곳도 있고, 맨발로 걸을 수 있는 산책길도 만들어 놓았는데 그 옆 공원가장자리  배수로에 한 무리의 아주머니들이 분주한 모습이라 다가가 봤더니 돌미나리를 캔다고 열중들이었습니다. 그야말로 돌미나리는 보약이죠! 누가 드시는지 모르지만...ㅋㅋ

옛날에는 단오전에는 온갖 풀들이 다 먹을 수 있는 나물이라고 했다지 않습니까?!

 

 이리저리 다녀도 바람이 불지 않으니 자전거 타기엔 딱이었네요.

보통 바람이 불면 갈때와 올때가 거의 반대가 되어 장거리를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힘이 빠진 상태에서 마파람을 만나면 엄청나게 힘 들 거든요! 다행히 오늘은 순수하게 도움도 부담도 없이 오고 갈 수 있으니 어쩌면 제일 공평한 날이랄까요? 

 

열심히 다리에 힘을 주고 페달을 밟았더니 금새 선바위가 보이고, 가까운 휴게소에 들러 잠시 쉴려고 했지만 햇살이 세고 기온이 높으니까 땀이 콩죽같이 흘렀습니다. 그런데,  아차! 땀 수건은 커녕 손수건도 빠트리고 왔네요. 어쩔 수 없이 다시 자전거에 올라 얼굴에다 바람을 쏘이는 수 밖에 ...그래서, 다시 페달을 밟고 그늘이 있는 곳으로 가야만 했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선바위 건너편에 매운탕집들이 몇집 있어서 신세도 지곤 했지만 이젠 전부 공원으로 변해서 신세질 곳도 없고, 그 자리엔 유치원 애들이 소풍겸 현장학습을 나왔는지 군데군데 진을 치고 즐겁네요!

 

 별 수 없이 회귀를 할 겸 구영교를 건너 강변을 타고 내려가다 베리끝(언덕) 휴게소에 들렀습니다.

거기엔 이미 몇 사람이 벤치에 앉아서 쉬고 있었고, 나도 벤치에 앉아서 강변풍경을 보면서 쉬던 중이었는데 멋있게 늘어진 등꽃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여기서 잠깐! 우선  베리끝이란 명칭에 대한 사연이 좀 있네요. 한 번 읽어 보시는 것도 재미랄 수 있겠다 싶어서 링크로 걸어뒀습니다

 

그건 그렇고, 베리끝 단어가 낭떨어지(벼랑)라는 경상도 사투리로 알고 있는데, 낭떨어지에 길을 낼 수 밖에 없었던 사연도 있었겠지만 그 길을 지나면서 떨어지는 작은 낙석이나 나뭇가지에 머리를 많이 맞았는지 요즘엔 낙석방지 지붕을 설치해 뒀고, 베리끝에 자생하는 등나무가 자라서 지붕을 뚫고 내려갈 수 없으니  지붕위를 타고 늘어지면서 자연적인 등꽃덩굴이 되어서 보기가 참 좋았습니다.

 

 거기에다가 벼랑에 막혀서 그런지? 시원한 강바람도 적당히 불어줘서 더위를 식히긴 딱이라서 한참동안 등꽃감상을 하는데 이미 등꽃은 반쯤 시들어 가는게 보이지 않겠습니까? 올 해 처음 본 등꽃인데 벌써 시든다는 것이 많이 아쉽다는 생각이 들고, "나는 잘하면 내년에 또 그 후년, 아니 더 긴세월을 살지도 모르면서 세월이 빠르다고 인생타령을 하는데, 너는 꽃을 피운지 얼마되었다고 벌써 시드나?" 하는 생각이...

물론 이 나무가 살아있는 한 매년 꽃은 피겠지만 "그 꽃이 과연 이 꽃일까? 아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ㅎㅎ

 

 이러저런 생각에 빠졌다가 정신을 차리고 보니 벌써 시간이 12시가 넘어 갑디다.

집을 나설 때, 점심 때는 넘기지 않도록 멀리 가지 말라던 아내의 말이 이제서야 갑자기 생각나누? ㅋㅋ

멀리 안간 것은 틀림없는데 여기서 시간을 다 까먹어 버리다니...ㅋㅋ

 

부랴부랴 집에 오니 역시나 아내는 점심을 차려놓고 기다리고 있고 ㅋㅋ

미안한 생각에 대충 씻고 밥상 앞에 앉았더니 등꽃도 인생도 저절로 사라져버렸나 봅디다.

 

 밥을 먹고 나서도 아직 하루의 절반이 남았네요.

혹시 가까운 곳에 등꽃이 피는 장소가 있다면 시들기 전에 한 번 찾아서 감상하는 것도 좋겠지요?

등꽃! 신라왕관에 붙은 장식처럼 조롱조롱 보라색 꽃들이 ...보기에 대박입니다.

그럼, 남은 시간도 즐거운 시간이 되시길 바라면서...

 

태화동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