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오늘은

용석아! 잘가라! 240409

by 올곧이 2024. 4. 9.

4월9일 화요일  

 오늘은 미세먼지가 끼었지만 햇살은 그런대로 맑게 내려왔습니다.
강건너 남산에도 산벚꽃이 활짝 피어서 하이얀 것이 돋보이고, 군데군데 붉은색으로 무리지은 복숭아꽃, 살구꽃, 진달래꽃들이 어우러져서 야산이 마치 잘가꾸어진 정원처럼 보기가 좋습니다. 딱 이맘 때만 볼 수 있는 우리나라의 전형적인 봄풍경이지요. 초등학교 때 배운 "고향의 봄"이란 동요의 가사가 저절로 떠오릅니다.

1. 나의 살던 고향은 꽃 피는 산골 / 복숭아 꽃 살구 꽃 아기 진달래 / 
   울긋불긋 꽃 대궐 차린 동네 /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2 꽃 동네 새 동네 나의 옛 고향 / 파란 들 남쪽에서 바람이 불면 /
   냇가에 수양버들 춤추는 동네 /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그런데, 이 좋은 풍경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사람에겐 어떤 위로를 전해야 할까요?
아니 위로를 전하려 해도 전할 방법이 없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지?  

 어제 오후에는 서당에 가서 서예연습을 하던 중이었는데 친구같은 형님이 전화가 왔습니다.
놀라움과 탄식이 섞인 목소리로 대뜸 "용석이 죽었단다...용석이가 세상을 버렸단다"면서 울먹입니다.
정제되지 않은 전화 목소리에 완전히 동화된 나의 반응처럼, 형님은 이미 아는 일이지만 아직도 충격 속에 헤매는 것 같습디다.
 잠시 멍하던 뇌가 다시 활동을 하면서 "아니 왜요? 무슨 일로?" 등등의 대화를 이어가고자 했지만 생각은 순조롭지 못하고 자꾸만 버퍼링이 일어나서 중간 중간 말문이 막히고...그랫지만 요점은 이해를 했고 오늘 문상을 가기로 했습니다.  

 오전에 집안 청소랑 대충 끝을 내고 아내가 운동을 마치고 오기가 바쁘게 점심을 한 술 뜨고 같이 태화강 역으로 갔습니다.
성안에 사는 친구(은교)내외와 두시에 역에서 만나 전철을 타고 신해운대 백병원으로 가서 문상을 하면서 자초지종을 들었습니다. 작년에 신근경색을 앓았고 그 탓인지 루게릭병이 와서 6개월 정도 치료 중에 생을 마쳤다고...  

 갈 때는 앞뒤가 없다더니 나 보다는 한 살 적은 나이에 먼저 가다니?
연락을 할 때마다 "바쁘다!"는 이유로 만나지 못한 것이 한 3년여 되었나 싶은데 끝내 만나지 못하고 이렇게 이별을 할 줄이야!  "인생 참 알 수가 없습니다".  

 능력이 좋아서 이곳 저곳을 돌아 다니며 공장장을 맡았고, 퇴직을 하고서도 협력업체를 맡아 회사를 경영하면서 일에 빠져만 살더니 취미생활이나 한 번쯤 해보고 갔는지? 아직 미혼인 딸도 있는데 무엇이 그리 바빠서 사위도 보기 전에 갔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모든 것이 안타깝기만 하네요.  

 "기왕지사 운명이라면 모든 이들에게서 빨리 잊혀지길 바라겠고, 하늘도 괜히 부르진 않았을 터, 거기서도 열심히 살기 바란다"는 인사를 하고 왔습니다.  

다행히도 장례식장을 나서기 바쁘게 세찬 바람이 추위를 몰고와서 침울한 기분을 몰고 가니 조금 홀가분합니다.
"인생은 글쎄요! 알 수가 없는 것이니 시간 날 때마다 즐겁게 웃으며 사는게 정답 같습니다"
우리 그렇게 삽시다.

 

태화동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