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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봄 비 240328

by 올곧이 2024. 3. 28.

3월28일 목요일

 

 여섯시 경에 눈을 떴을 때는 동이 트려는지 창문의 브라인드가 붐하더니 7시 반쯤 창밖을 보니 하늘이 흐려지고 있어서 아마도 오늘은 예보대로 비가 내릴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봄 꽃들이 쉽게 필 수 있도록 수분을 가득 채워야 하겠지요?!

 

 어제는 오후 일정이 좀 바빴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일이 없는 백수가 바쁘면 얼마나 바빴겠느냐고 물으시기 전에 고백하자면 술친구들을 만나서 즐겁게 즐겼다는게 맞겠지요?! 하긴 이러나 저러나 여러 일이 겹치는 것이 바쁜게 아니겠습니까? 지금도 아리딸딸한 기운이 남아서 머릿속이 하얀게 멍때리는 기분? ㅎㅎㅎ

 

 오후가 되기 바쁘게 서당에 가서 서예연습을 하는둥마는둥 하다가 다음 일정인 군우회(軍友會)에 참석하기 위해서 삼산동으로 나가야 하는데 틀림없이 뒷풀이가 있을 것 같아서 버스를 타야 했지만 외진 곳이라서 곧바로 가는 버스가 없었습니다. 하는 수 없이 일찍 나가서 환승을 하는 수 밖에 없을 것 같아 학성공원 앞에 내렸는데 환승하는 버스가 마침 도착을 해서 한시간 정도 일찍 도착해 버렸네요. 음식점이었는데 혼자 자리를 차지하고 죽치자니 미안하기도 하고 좀 바보가 바보 취급당하는 것도 같고...ㅋㅋ

 

 어쩔 수 없이 가까이 사는 선배님께 전화를 해서 빨리 나오시라고 하고 또 혹시나 싶어서 후배에게도 전화해서 조금 빨리 나오라고 했더니 금방 세사람이 되어서 그 때 부터 분위기를 탔나 봅니다. 며칠전 장모상을 치런 갑종선배도 일찍 나오고 후배들도 많이 나와서 분위기가 더욱 좋았습니다.

 

 모임을 마치고는 술을 깨기 위해 갑종선배와 30분 넘게 강바람을 맞으며 걸었지만 별 효과가 없었는지 퀭한 기분이 아직도 이어지고 있으니 그야말로 선, 후배들 앞에 실수나 안했는지 모르겠습니다. 나이를 먹을수록 술도 좀 줄여야 하는데 아직도 철이 덜 들어서 그런지 아니면 체력이 바쳐주는지 혼자 생각해도 한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하! 이제야 조금씩 이어지는 토막난 생각들을 연결해 보니 확실하게 실수는 하지 않았나 봅니다.

왜냐하면 우리 동네에 접어 들어서 동부사거리 횡단보도를 건너려고 할 때 나보다 더 취한 두 중년남자가 생각났거든요!

나이는 나보다 분명 연배인 것으로 판단되었는데 그들이 나눈 대화가 연극을 본 것 처럼 아직도 생생하게 떠오르네요.

 

"얌마! 니 와? 저쪽(농협 앞 횡단보도)으로 안가고 일로 왔노? 내 좋아하나?"
"아이다. 그냥 일로
(동부앞 횡단보도) 왔다. 내가 미쳤나 니를 좋아 하구로?"

"맞제? 니! 내 안좋아 하제? 나도 니 안좋아 한다" (흥칫뿡!)

"그래! 알았다. 고마 가자!"

 

그렇게 정이 뚝뚝 떨어지게 표현을 하면서도 껄껄 같이 웃고는 어깨동무를 하고 비틀거리며 횡단보도를 건너던 ...!

늙어도 우정은 저렇게 아름답구나 싶은 마음에 잠시 가슴이 뜨거워지기도 했었네요.

 

 오늘은 정해진 일정도 없거니와 날씨마저 이젠 비가 내리고 있네요.

어쩔 수 없이 집에서 할 수 있는 소일거리나 찾아봐야겠습니다.

어때요? 아픈데는 없지요? 그럼 된겁니다. 인생은 안아프면 나머지는 알아서...알지요?

화이팅!

 

태화동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