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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동짓날 231222

by 올곧이 2023. 12. 22.

12월22일 금요일

 

기온은 차갑지만 대기가 맑아서 해만 나온다면 그렇게 춥지는 않을 듯 생각됩니다.

그런데, 베란다로 나가서 창을 열고 보니 바람이 꽤 세게 불어서 어제와 비슷하게 춥습니다.

거실문을 닫고 얼른 따스한 방으로 들어왔는데도 한참만에 몸이 움추려지며 부르르 떨리네요.

어제도 저녁 모임이 있어서 삼산으로 나갔는데 귀를 에이는 듯한 추위로 총알만큼 빨리 걸었네요.

물론 나갈 때 완전무장을 하듯이 목도리, 가죽장갑에 아웃도어 차림이었건만... 

뼛속까지 춥다는 말이 어떤지를 오랜만에 경험했네요!

 

오늘은 연중 낮이 가장 짧고 밤이 제일 긴 동지(冬至)라고 합니다.

동지라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것이 팥죽인데 오늘은 애기동지라서 팥죽 대신 팥떡을 먹어야 한다네요!

듣긴 많이 들었는데 무엇이 애기동지고 어떨 때가 어른 동지인지 잘 알지 못해서 오늘은 한번 찾아봤습니다.

음력 열두달을 정월, 이월, ...시월, 동지, 섣달로 나누고 달마다 열흘씩 나눠 초순, 중순, 하순이라고 부르지요!

그래서, 오늘은 동짓달 열흘이니 초순에 해당되어 애(兒)동지, 중순이면 중(中)동지, 하순이면 노(老)동지라 한다네요.

초순이면 왜? 애동지고 하순이면 왜? 노동지라고 했는지 궁금하지 않나요?

그런데, 그에 맞는 해설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너무 이르게 와서 애(兒), 늦게 와서 어른(老)으로 구별하지 않았을까요?

 

그리고, 또 하나 더 궁금한 것은 왜 애동지 때는 팥죽을 먹지 않는 것일까에 대한 것인데 이런 설이 있습디다.

애동지에 팥죽을 먹으면 팥죽을 끓일 때 뽁작뽁작 방울이 올라 오듯이  피부병이 생긴다는 속설이 있답니다.

꿈보다 해몽이라고 노(老)동지 때는 노인들이 화를 당하지 않으려 악귀를 물리치느라 팥죽을 피같이 뿌리고...ㅎㅎ

어쨋거나 옛날에도 애기들에게 특별함을 가졌으니 그 시대에도 자식이 소중한 존재인 것은 틀림없었나 봅니다.

 

암튼, 오늘은 동지라는 핑계로 아내와 단둘이 점심을 팥음식을 먹으러 나서야 할 것 같네요.

벌써 아내가 나에게 보낸 카톡에는 성안동에 있는 유명한 팥칼국수집 지도가 보이고 있으니까요! ㅎㅎ

 

그래서, 점심은 팥으로 만든 음식을 먹을 것이지만 오후엔 뭘할까 고민을 해 봅니다.

평상시 같으면 서당엘 가서 도반들과 서예연습을 하면서 인생철학도 교류했을 텐데 오늘은 아무도 없을 것 같네요.

어차피 연습은 집에서 혼자서도 할 수 있는 것이라서 안가도 되지만 왠지 그래도 도반들 생각이 자꾸 납니다.

누군가는 나와 있을 것 같기도 하고, 한편으론 추위 때문에 나처럼 다들 집에서 연습할 것 같기도 하고...

 

그렇지만 자꾸 망설이는 것 보다는 결정을 짓는 것이 시간을 아끼는 것 같아서 서당은 pass하겠습니다.

날씨 탓도 있지만 어제 저녁모임에서 과음한 탓인지 그냥 쉬고 싶다는 생각이 더 크기도 하니까...

 

아직 점심시간이 멀고, 잠깐 운동이라도 할까 싶은데 밖을 보니 아파트앞 대밭이 일렁거리는 것을 보니 " 흐미~"

결국 방으로 들어 와서 책상에 앉아 다른 사람들의 동지는 어떠했는지 인터넷을 살펴 봅니다.

여러 가지의 글들 중에 한 개의 현대시와 또 다른 옛시조를 찾아서 감상해 봅니다.

[동지팥죽] / 남혜경​

하루 해 짧아 발걸음 재촉한

낮 달이

어둑어둑 붉은 석양 속에

퐁당퐁당 빠진다

어때요? 붉은 석양 같은 팥죽 속에 하얀 낮달같은 새알심이 퐁당퐁당 들어가는 그림이 보이시나요?

이런 표현을 한다는 것은 시인이라도 참! 대단한 관찰력에 경험을 쏟아 부어야만 표현할 수 있는 ... 

 

다른 하나의 시조는 그 유명한 조선의 여류작가 황진이의 작품입니다.

[동짓달 기나긴 밤을 한 허리를 베어내어
춘풍 이불 아래 서리서리 넣었다가
어른님 오신 날 밤이여든 구뷔구뷔 펴리라] /
 황진이(黃眞伊)

님 없는 밤이 얼마나 길었으면 그 밤의 중간을 잘라내서 봄날 따스한 이불에 차곡차곡 쟁여뒀다가 님이 오는 그 때서야 끝없이 풀어내겠다는 당차고(?) 결의에 찬 속마음을 가졌는지? ㅎㅎ

 

오늘 아침은 글쎄요? 자신이 생각해도 너무 느긋해서 스스로에게 혼란합니다.

하지만 연말이 다가왔음에도 뭔가는 이루지 못한 것 같은 헛헛한 생각보다는 이렇게라도 즐기는게 편안하네요.

연 이은 한파때문에 마음대로 움직일 수도 없을 텐데, 건강 잃지 않도록 실내에서라도 조금씩 움직여 줍시다.

오늘도 즐거운 일 가득가득 생겨나기를...

 

태화동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