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일 화요일
평상시와 다름없이 바람은 잔잔하고 기온은 10도 내외에 머물고 있습니다.
남산 한쪽에 내려앉은 구름은 굴곡진 등성이의 낮은 곳을 호수같이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11월은 이렇게 풍성한 모습으로 시작되는가 봅니다.
뒷 베란다 창을 열었더니 어느 새 뒷산에는 단풍이 들어서 빨간색이 더 많아졌습니다.
맨날 깊은 산에는 가 보질 않고 입화산과 남산만 바라봤으니 단풍이 어디쯤 내려왔는지 몰랐는데...
하긴 지난 주엔가 다녀온 문수구장에는 단풍이 들기도 전에 말라버린 것이 많았지만 요즘 가로수들은 참 예쁩디다.
뒷산에 단풍이 들 정도면 큰 산에는 단풍이 지났지나 않을까 갑자기 궁금해 지고 조바심이 납니다.
오늘은 문수산이라도 가봐야 되나 싶은데 일정이 어떻게 되는지 살펴봐야겠습니다.
단풍놀이는 하셨나요?
봄에 피는 꽃을 보고서도 요즘은 센치해 지는데 단풍은 더 그렇게 생각될 듯 합니다.
특히 남자가 나이가 들면 단풍에도, 저녁 노을에도 민감해 진다고들 하지 않습니까?! ㅎㅎ
그냥 좋은 것! 아름다운 것! 이렇게 생각하고 말아야 하는데 나이 탓인지 생각이 좀 복잡(?)해 지는 것은 어쩔 수 없네요.
최근 유투브를 보는데 "남자가 늙으면 산에 들어 가려는 이유"가 뭔지에 대해서 구구절절이 나왔습디다.
거기다가 "개도 늙어 죽을 때가 되면 집을 나간다"는 말도 곁들여서...
말을 다 듣지 않아도 알 것만 같아서 채널을 돌리고 말았지만서도...!
오늘은 오기를 부려 그런 생각을 떨쳐버리려고 라도 산에 가봐야 겠다는 결심이 서네요.
뜨거웠던 청춘을 단풍 가득한 산을 통해 쏟아 낸 복효근 시인의 시 한 편을 옮겨 봅니다.
《단풍》 / 복효근 (1962~ )
저 길도 없는 숲으로
남녀 여남 들어간 뒤
산은 뜨거워 못 견디겠는 것이다
골짜기 물에 실려
불꽃은 떠내려 오고
불티는 날리고
안 봐도 안다
불 붙은 것이다
산은,
ㅎㅎ
이렇게 좋은 장면을 두고 딴 생각을 하면 안되겠지요?
우리는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익어가는 것이니...
동짓달 초하루 입니다. 힘냅시다. 아 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