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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인사 220819

by 올곧이 2022. 8. 19.

8월19일 금요일

 

새벽 공기가 차가워서 이불을 당겨 덮은 것 같았는데 그걸로는 부족했나 봅니다.

창문을 닫고 다시 누웠지만 더 이상 잠이 오지 않은 것을 보면 몸의 자율적 반응인것 같습니다.

신문을 들고 와서 아침인사를 쓰려다가 이 시간이면 뒷산으로 등산을 하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에서

대지의 열기가 올라오기 전에 뒷산을 한바퀴 돌고 왔네요.

 

산길 초입엔 경사가 없어선지 물기가 있었지만 등산로 대부분이 촉촉한 상태라서 오히려 밟는 느낌이 좋았습니다.  

적잖이 바람이 불어주니 시원한 것은 말 할 것도 없고, 성가스런 모기도 없으니 등산하기에 딱좋은 날씨였지요.

 

이른 아침인데도 벌써 내려오는 사람이 대여섯명 쯤 있었고, 오르면서 내가 추월한 사람도 일곱, 여덟은 되었습니다.

정상에 올라 하늘을 보니 새털구름이 하늘을 수놓고 있었고, 소원탑(돌탑) 옆 원추리는 노숙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가을이 온 것이 분명합니다.

아직은 남의 눈에 띄지 않은 곳의 머루는 익기 시작했고 한 알을 따서 입에 넣어보니 달콤하게 제 맛이 났습니다.

도깨비가지도 실핏줄 같은 것이 밖으로 표시가 날 정도로 굵어 가고, 강아지 풀들도 대부분 꼬리를 내렸습니다.

다만 아직도 도깨비가지 꽃들이 남아 있고 메뚜기가 초록색인 것을 보니 완전한 가을은 멀어 보입니다.

 

오랜만에 산에 올라보니 견디기 힘든 추운 겨울과 뜨거운 여름 보다는 봄, 가을이 길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다

하루종일 이곳에서 이것 저것 살피며 즐겼으면 하는 욕심도 들었지만 또 다른 일정도 있으니 하산을 결정했습니다.

 

평소에 대부분의 등산가들이 '산이 좋아서 산을 보러 간다'고 할 때도 나는 좀 다른 생각을 했습니다.

'산에 오르는 것은 산을 보려는게 아니고, 높은 곳에서 세상을 내려다 보는 즐거움이다' 라고...

그래서 산에 가면 기어코 정상을 밟으려고 올라가는 힘듦도 당연한 듯 감수하잖아요?

 

그런데, 오늘부터는 내 고집도 조금은 양보해야 될 듯 싶습니다.

내려다 보는 즐거움도 있지만 산에서 보는 모든 것, 그리고, 산을 오르내리며 갖는 많은 생각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을...

 

생각의 폭을 넓히면 산을 오르내리는 자체가 인생의 종합판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인생의 모든 희노애락의 상활이 정상을 향해 오르고 또, 하산을 하는 과정 중에 다 녹아 있다는 생각이 드니까요!

그래서, 사람들은 지리산이나 설악산이나 오르기 힘든 산을 골라가며 가려고 하고 심지어는 더 힘든 종주까지도...

 

이런 생각을 하니 올 해, 기필코 가려고 한 지리산이 아른아른 자꾸 보입니다.

기어코 가고야 말겠다는 생각을 다시 굳히면서 오늘 할 일이나 챙겨야 겠습니다.

내일은 내일이 돼야 오는 것이지만 오늘 할 일은 오늘에 있으니까....!

준비됐나요? 힘내 봅시다! 아~자!

 

태화동에서...

https://youtu.be/06G2HOYhSw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