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오늘은

아침인사 220607

by 올곧이 2022. 6. 7.

2월 7일 화요일

어제까지 간간이 내렸던 비로 모처럼 시원한 샤워를 즐겼던 소나무들이 아침햇살에 몸을 말리고 있습니다.
많지 않게 내린 비는 50밀리 정도 된다는데 이것으로는 가뭄을 해갈하는 양으로는 많이 부족해 보입니다.
그렇지만 이번 비는 맛있는 음식에서 어렵게 어렵게 찾아 낸 "양념"처럼 요긴한 것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그만큼 이번 비는 간절했고 반면 가뭄이 너무 심각할 정도로 길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아직까지도 그저께 본 구만산의 충격적인 모습들이 지워지지 않고 남아 있습니다.
구만산이라면 여기저기 절벽들의 모습도 장엄 하지만 풍부하고 시원한 물 때문에 여름이면 성황을 이뤘던 곳입니다.
특히, 쏟아지는 폭포 물소리는 물장난을 치는 그 많은 사람들의 소리를 흡수해 버릴 정도로 수량이 많고 시원했었지요!

그랬던 곳이, 폭포 밑 용소는 작은 웅덩이로 변했고, 흐르지 못하는 물은 점점 탁하게 변해가고 있었는가 하면,
계곡 주변에서 녹음으로 햇빛을 가려주던 나무들도 마치 서리를 맞은 듯 잎은 쪼그라 들고 죽어가는 듯한 모습이었지요.
몹시 안타까웠는데 이제 조금 회생을 하지 않았겠나 싶은 기대가 생겼습니다. 한번 더 가보고 싶어 지네요. ㅎㅎ

그리고, 가뭄으로 몸살을 앓다가 이번 비로 마음이 치유가 되었는지 조금 차분한 6월을 보내고 싶어 집니다.
날씨도 점점 더워질 것이니 자칫 남들에게 민폐가 되지 않으려면 혼자 조용히 즐기는 편이 나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하긴, 5월은 가정의 달이었던 만큼 왁자지껄하게 보냈던 것 같지 않나요? ㅎㅎ

엊저녁 마실을 끝내고 교회앞을 스쳣는데 화단에 곱게 핀 엹은 분홍색 접시꽃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 옆에 새빨간 석류꽃이 돋보였음에도 오히려 색감이 떨어지는 엷은 분홍빛깔의 접시꽃이 왜 눈에 들어왔는지?
내가 나를 모르는 반응인것 같습니다. ㅎㅎ

내 생애에서 오늘보다 젊은 날은 더 이상 오지 않을 것을 아는 우리는 무엇을 하며, 어떤 기억으로 남을까요?
시 한편을 같이 감상하면서 뜻있는 6월을 맞고 싶습니다.

                                《유월엔 내가 / 이해인》

                               숲속에 나무들이
                               일제히 낯을 씻고
                               환호하는 유월


                               유월엔 내가

                               빨갛게 목타는
                               장미가 되고


                              끝없는 산향기에
                              흠백 취하는
                              뻐꾸기가 된다


                              생명을 향해

                              하얗게 쏟아 버린
                              아카시아 꽃타래


                              유월엔 내가

                             사랑하는 이를 위해
                             더욱 살아


                            산기숲에 옆디어

                            찬비 맞아도 좋은
                            바위가 된다


그렇습니다.
유월엔 속을 태우고도 모자라 까맣게 변해가는 오디가 되던, 속을 비우다 비워내다 흔적만 흐릿하게 남은 접시꽃이 되던,

우리는 누구에겐가 무엇이 되고, 힘차고 유쾌한 기억으로 남았으면 싶네요. 힘 냅시다.

태화동에서...

집앞 교회화단

https://youtu.be/IVmEI-Ka_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