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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아침인사 220426

by 올곧이 2022. 4. 26.

4월26일 화요일

 

보슬비가 내리는 아침입니다.

강건너 남산은 비구름을 머리에 올리고 이리저리 헤어스타일을 다듬고 있는 미용실 풍경같고

뒷산의 소나무들은 시꺼멓게 칠한 근육을 자랑하듯 내밀고 있는 수호신이 있는 신전의 모습입니다.

예술가가 만든 그 어떤 것 보다 자연이 만들어 낸 풍경은 언제나 이렇듯 순수하면서도 아름다워서 좋습니다.

오늘같은 날엔 무학산 고갯길에서 안개낀 사연댐 호수도 바라 볼 수 있는 편안히 누운 사람이 부럽습니다.

 

비가 오면 몸도 마음도 같이 내려앉았는데 오늘은 왠지 마음이 달아나려고 합니다.

딱히 정해 둔 정착지도 없으면서 떠나는 여행객 마냥 불안불안 하면서도 호기심이 가득한 그런 상태입니다.

빗소리와 어울릴만한 섹소폰 연주를 들으면서 마음을 내려놓을 곳을 찾아 한시를 찾아보다가

중국 송나라의 문신이었던 소동파의 雪泥鴻爪(설니홍조)라는 제목의 시에 잠시 마음을 내려봅니다.

雪泥鴻爪(설니홍조 : 기러기가 눈밭에 남긴 발자국) / 蘇東坡(소동파 1037~1101)

 

人生到處知何似(인생도처지하사) 사람 사는 것 무엇을 닮았을까
應似飛鴻踏雪泥(응사비홍답설니) 나는 기러기가 눈이나 진흙을 밟는 것과 같은 것
泥上偶然留指爪(니상우연유지조) 진흙 위에 우연히 발자국을 남기지만
鴻飛那復計東西(홍비나부계동서) 훌쩍 날면 또 어디로 갈 것인가

 

오늘의 이 마음도 눈밭에 찍힌 기러기 발자국 처럼 눈이 녹으면 흔적조차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모든 것은 순간순간의 연장선에 머물다가 언젠가는 종결점에 다다르면 미련도 아쉬움도 순간적으로 끊어지겠지요.

그러기에 그 순간의 끊어짐에 부끄럼이 없이 아름다워지려면 지금 이 순간이 그 순간처럼 살아야겠지요?

 

비 때문에 저 혼자 달아나던 마음이 차분하게 제자리로 돌아온 듯 합니다.

오늘도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 봅시다.

 

태화동에서...

 

 

https://youtu.be/o7gS7GAcbI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