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18일 금요일
또닥또닥 물소리에 새벽잠을 깨고선 또 이불 속으로 들어갔었나 봅니다.
늦잠을 깨어 보니 봄비가 살그머니 내리는 모습이 선명하게 보입니다.
아마도 돋아나는 새싹들이 아프지는 않을까 실버들을 타고 살그머니 내립니다.
사람들도 일터로, 학교를 향해 다 빠져 나갔는지 골목길은 한가롭게 누워있고
눈알에 불을 켜고 가끔씩 소리를 칠 것 같은 자동차들만 없다면 고요의 세상입니다.
이렇게 편안한 세상을 보노라면 종일토록 멍때리고 있어도 실증이 나지 않을 듯 합니다.
누군가는 보는 세상과 느끼는 세상은 다르다고 그럽디다.
그렇지만 지금의 느낌으로는 내가 보는 것과 내가 느끼는 것이 일치해 있다고 생각됩니다.
내가 보는대로 느낌이 따라오고 내가 느끼는 대로 세상이 맞춰지는 것 같이 ...
그래서, 오늘은 오래된 세상에다 느낌을 맞추고 옛사람이 되어 볼까 합니다.
《咏柳(영류) / 하지장(賀知章 659~744) 》
碧玉妝成一樹高 (벽옥장성일수고)
높다란 버드나무는 마치 벽옥으로 꾸민 것 같고
萬條垂下綠絲絛 (만조수하녹사조)
천만 갈래 늘어진 가지는 마치 초록 비단실 같네.
不知細葉誰裁出 (부지세엽수재출)
연하고 빛깔 고운 잎새들은 누가 다듬었을까
二月春風似剪刀 (이월춘풍사전도)
2월의 봄바람이 그 신비의 가위가 아닐련지.
벌써 한주의 끝자락에 왔네요.
이번 주는 비가 내려서 세상도 마음도 촉촉했습니다.
남은 시간도 매마르지 않고 잔잔한 웃음이 머금어 지는 그런 시간들이 되기를 바랍니다.
태화동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