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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아침인사 211117

by 올곧이 2021. 11. 17.

11월17일 수요일

 

이맘때의 아침이 이렇게 조용하고 따스한 풍경이라는 것을 최근에야 알았습니다.

세월이 가면 모든 것이 변하긴 하지만 아침이 변하지는 않았을테고 그렇다면 내가 변한 것이 확실하겠지요!

조금 더 생각해 보면 그동안 이런 기분을 느낄 시간이 없었다는 것이 정답일 것 같습니다.

 

요즘 방송에서도 가끔 만나볼 수 있는 나태주 시인은 어느날 풀꽃이 아름답다게 보였는데 "왜일까?" 하고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냥 지나쳤으면 그냥 풀꽃이려니 했지만 자세히 보니 예쁘게 보이더라는 것입니다.

 

자세히 본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가치나 목표를 대입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본다는 뜻과 상통할 것 같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목적과 가치를 전부 무시하고 살 수는 없습니다만 그렇다고 매사 얽매여 사는 것도 부담입니다.

때로는 목적없이 있는 그대로를 자세히 보면 모든 만물이 그 나름으로 예쁘게 보이지 않을까요?

그런 마음으로 오랫동안 보다보면 사랑스러워지고 그 속에 나도 당신도 이웃도 있는 것 같습니다.

 

기온은 어제보다 분명 2도가 낮은데 이렇게 따스하게 느껴지는 기분이 드는 것도 그런 현상이라 볼 수 있겠지요?

어쩌면 마음을 비우고 있는 그대로를 보면 그 속에 무수히 많은 아름다움이 있지 않을까요?

 

그래서 오늘은 마음 비우는 연습으로 시 한 수를 곁들여 정독해 봅니다.

 

《풍경 / 민병도 》

『부처님 출타 중인 빈 산사(山寺) 대웅전 처마

물 없는 허공에서 시간의 파도를 타는

저 눈 큰 청동물고기 어디로 가고 있을까

 

뼈는 발라 산에 주고 비늘은 강에나 바쳐

하늘의 소리 찾아 홀로 떠난 그대 만행(卍行),

매화꽃 이울 때마다 경(經)을 잠시 덮는다

 

혓바닥 날름거리며 등지느러미도 흔들면서

상류로 적요(寂寥)의 상류로 헤엄쳐 가고 나면

끝없이 낯선 길 하나 희미하게 남는다』

종교에 대해서 잘은 모르지만 산을 좋아하다보니 절을 스치게 되고, 그때마다 처마에 달린 풍경을 보게됩니다.

그러나, 풍경이 달렸구나 하고 스칠뿐 시인처럼 이렇게 자세히는 보지 못했음을 뒤늦게 알게 되었네요.

오늘은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순국선열들을 기리는 날이라네요. 남은 시간도 조용히 보냈으면 합니다.

 

태화동에서...

https://youtu.be/ys5E8Vpc6m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