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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추석에도 개들이 시끄럽고...

by 올곧이 2021. 9. 21.

명절은 뭐니뭐니 해도 어릴적 철없던 시절이 좋았다고 생각된다.

그 때는 일단 이런저런 부담이 없어서 좋았다.

경제적 여건이 뭔지도 몰랐고 사회적 체통이 뭔지도 몰랐으니까...!

가만 생각해 보니 경제적 여건은 아주 조금은 알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왜냐하면 부잣집 애들이 비단으로 빛나는 옷을 입고 나올 때 왠지 모르게 조금 부러웠던 생각이 얼풋 난다.

그렇지만 부모님께 섭섭함이나 불만을 토하지 않았으니 우리집 경제 사정을 공유했었던게 아니었을까?

어쨋거나 그 때도 그랬지만 체통 하나는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고 지금도 변하지 않은 것 같다. ㅎ

부잣집 애들 처럼 비싼 옷으로 폼을 잡지 못하면서도 내 옷은 나름 그 가성비가 높았다고 생각했으니...

값이 싸면서도 쉽게 훼손되지 않고 똑 같이 더러운 것이 뭍었어도 내 옷이 덜 더럽다고 여겼으니...

그 때가 확실히 좋았었네!

 

지금은 코로나 때문인지는 몰라도 가족들 조차도 만남이 쉽지 않아 추석 기분이 나지 않는다.

어제 처남을 따라 집사람 할머니의 산소에 들렀는데 전부 마스크 차림에 조촐한 추모가 거의 전부였다.

길게 횡대로 늘어서서 절을 하는 대가족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많아야 너댓명이 고작이었다.

명절이면 가족은 물론 일년에 한두번 보는 친척들까지 왁자지껄한 기분이 들어야 하는데...

 

방송을 보더라도 추석에 대한 재미난 그런 뉴스와 프로는 없다.

뉴스 비중을 보더라도 추석명절의 소식보다는 정치나 사고 얘기들이 더 많이 나온다. 

식상함은 물론이고 뭔가 심심함은 무엇으로도 달랠 길이 없어 보여 결국 컴퓨터를 켜고 인터넷을 타 본다.

내가 좋아하는 한시를 찾아 여기저기 흐트러진 단어들을 줍다보니 이런 것이 잡혔다.

조선후기 화가중 김득신(金得臣 1754-1822)이 그린 《출문간월도 出門看月圖》

긍재 김득신의 출문간월도

 

그림도 그림이지만 그 그림 속에 적힌 글씨가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는 풀이가 있어서 옮겨 본다.

『一犬吠, 二犬吠, 萬犬從此一犬吠. 일견폐, 이견폐, 만견종차일견폐

呼童出門看, 月挂梧桐第一枝. 호동출문간 월괘오동제일지.

우리집 개가 짖으니, 옆집 개가 짖어 대고 ,온동네 개가 우리집 개를 따라 짖는다.

아이더러 문밖에 나가보라 했더니 오동나무 가지에 보름달이 걸렸다며...』

 

그림의 풍경과 글씨는 대충 감이 잡힌다.

오동나무와 주인을 무기삼아 개가 짖고 있고 그것을 건강한 아이가 보고 있는데

큰 가지 끝엔 보름달이 두둥실 걸려있는 경치다.

그런데, 이 그림을 그린 작가는 무슨 뜻을 숨겼을까? 글쎄다?
어떤 이는 청정 밝은 달밤에 봉황이 날아 들 것만 같은 벽오동을 개가 가로 막고 쓸데없이 짖어대니,

그 소리가 못내 주인의 심경을 건드린 것을 담은게 아니겠는가 하는 설명에 나도 한표를 보탠다. 

추석이 되어도 기쁜 일들 보다는 개 같은 정치싸움 소리만 들어야 하는...

지금 내 마음이 오버랩 되는 것 같아서 몸씨 씁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