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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등산

화왕산에서

by 올곧이 2008. 6. 6.
어늘은 조카 동금이가 창녕에서 선을 보는 날이다.
겸사겸사 창녕누님을 만난지도 오래되어 울산 두자형 내외와 마누라를 동반하여 창녕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밀양댐에 들러 좋은 경치도 감상하면서 재밌게 갔다.
동금이가 선을 보기로 약속한 시간은 13시.
솔직히 남자들은 동참해 봐야 별 할 일도 없고 자칫 판을 망칠 어색한 분위기만 연출할 뿐이라는 생각에 우리 셋은 화왕산을오르기로 하고 출발했다.
야음동 자형도 등산을 안한지 제법되었다고 하고 나도 요즘 고관절 통증이 있어 자신이 없었지만 제일 쉬운 좌측 도성암쪽으로 오르기로 했다.
올라 가는 길에 갖은 나무와 약초들을 얘기하면서 쉽게쉽게 가기로 했다.
올라가는 것에만 신경쓰다보면 지칠수 있다는 내 생각이었다.
쉬엄쉬엄 오르다보니 결국은 정상에 다다랐는데 40여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가져간 사진기가 없어서 휴대폰으로 증거(?)를 남긴 다음 하산길을 택하기로 얘기했는데 나는 좀 쉽게 내려가기를 바랬지만 두 자형은 일단은 정상에 너무 쉽게 올라왔다고 생각했는지 아님 체력이 월등하다고 자만을 하는지 장군봉 코스를 선택하자고 한다.
지난 해 여자들을 동반한 가족등반은 팔각정코스를 택하여 암릉도 재밌게 올랐지만 지금은 하산길인데다 체력도 이미 소진한 내리막이고 장군대 암릉은 보기만 해도 팔각정코스 보다는 길고 험한것 같아서 걱정이 앞선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어쩌겠나!?
나 보다 연배들인 자형들이 가자는데 어찌 젊은 놈이 엄살을 피울 수 있겠는가?
그러자고 하고 길을 재촉하면서 서문쪽에서 배바위로 오르는 도중에 있는 샘터에서 물통에 물을 다시 채웠다.
배바위를 들렀더니 어느 교회에서 단체 산행을 왔는데 그 중에서 유머를 잘 쓰는 인솔자가 하는 말 "애초 배바위는 하나로 뭉친 바위였는데 6.25전쟁 때 비행기가 추락하면서 바위를 박아 여러갈래로 나눠지게 됐다"는 사실(?)을 설명하고 있었다.
속으로 웃음이 나왔으나 확인할 방법이 없는 나로서는 ...입을 닫을 수밖에...
요즘 유행하는 개콘의 "달인"코너가 생각 된다.
"00 해봤어? 안 해봤음 말을 말어!" ㅎㅎ 맞다! ㅎㅎ 억지로 ㅎㅎ
잠시 배바위에 앉아 이리저리 전망을 본다.
창녕조씨의 유적지가 다듬어지고 있고 성터복원도 거의 마무리 단계였고 그 너머 허 준 촬영지 셑트가 보이고 병풍바위가 장관이다.
반대편으로 눈을 돌리니 강렬한 태양이 눈이 부셔 이마에 손을 얹어 무엇인가 봤더니 그 곳은 우포늪이었다.
다소의 가스로 시야가 흐리긴 했지만 탁 터진 사방이 좋기만 하다.
휴식겸 경치를 어느 정도 마무리 하고 길을 재촉하는데 장군대 코스로 내려가는 길에 진한 사포닌 냄새가 산삼인지 더덕인지 나를 유혹했지만 (일행이 없었으면 일대를 다 뒤졌겠지만 일행도 있고) 이미 오후인 시각에 모험을 하기는 좀 그래서 길을 재촉했다.
 나는 장군대 코스로 들어왔는데 방금 뒤에 있던 자형들이 따라 들어오지 않는다.
 "볼 일을 보는가?"하고 생각하며 한참을 기다렸는데도  감감...
"어이" 신호를 보내봤으나 대답은 없다. 이거 지나 가버린 모양이다 걱정하며 열심히 불렀는데 돌아오는 것은 산울림뿐.
한참만에야 둘의 이야기 소리가 들렸으나 이내 들리지 않고...
대략 2~30분 지나서 저 까마득히 두사람의 모양이 서쪽하늘의 태양에 가려 실루엣으로 비친다. 723고지의 전망대라고 생각된다.
나는 그 코스가 아니다 돌아오라고 죽으라고 고함을 질렀는데도 계속 전진중이다.
대체 어디로 가는걸까? 나는 저쪽에서도 내가 잘 보이도록 장군바위에 올랐다.
아슬아슬한 절벽위의 바위라 오금이 저리지만 어쩔 수 없는 일.
죽어라고 고함을 쳐 보지만 저쪽의 이야기는 조금씩 들리는데도 바람의 방향때문인지 전혀 내 고함은 들리지 않은 모양이다.
전지수명이 다되어 꺼뒀던 휴대폰을 켰지만 켜자마자 바테리가 다 됐다고 경고문이 뜬다. 얼른 자형에게 메시지를 날렸다. 전화를 걸기는 너무 밧테리가 걱정되고 문자는 전기를 덜 잡아 먹으니 한두통은 쓸 것도 같아서였다.
자형들이 내려가는 저아래는 창녕운동장이 보이므로 자기들이 봐도 어느만큼 잘못왔는지 알만도 한데...
두번째 메시지를 보내자말자 전화가 왔다.
아마 첫번째 문자를 받고 전화를 한 것 같다.
밧테리가 부족하므로 일방적으로 할말만 했다.
"계속가면 주차된 곳과 너무 멀고 코스도 모르면서 내려가는 것은 위험하니 지금이라고 돌아오라"고 했더니 그러고마 란 응담이다.
전화를 꺼고 한참을 기다렸더니 둘 다 초죽음을 겪었는지 땀 범벅이다.
코스를 이탈한 이유를 들어보니 더욱 황당하다.
작은 자형은 내 걸음이 빠르니 빨리 따라 붙었는데 맨 뒤에 오는 큰 자형은 자기만 두고 간다고 아우성이라서 잠시 기다리는 사이에 나를 놓쳤단다.
그래도 그렇지! 자기들이 봐도 어느 정도는 코스를 벗어났다는 것을 알텐데...아이고~!
어쨋거나 이제 셋이다.
내려오는 길은 등산객들의 걸음이 없었는지 길이 안보일 정도로 나무들이 진을 쳤고 발자국하나 보이지 않고 거미줄이 앞을 막기가 일쑤다. 다만 가끔가다 산행리본만 눈에 띈다.
바위를 타고 나무를 잡고 낭떨어지를 내려서고 마사토에 미끌리길르 수십번.
저아래 물소리가 정겨운 계곡이 나타난다. 이제 다왔나부다. 한숨을 몰아쉬고 계곡의 맑은 물로 세수를 했다.
오늘은 현충일 휴일이라 그런지 계곡 부근의 주막에도 사람이라고는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현충일날 추모는 고사하고 술 먹는 사람이 있으면 안되는 날이니 당금...
후덜거리는 다리를 추스리고 집에 도착하니 해는 이미 기울었고 기다리는 여장부들이 난리가났다. 왜 이렇게 늦었냐고? ㅎㅎ
그 얘기를 우찌 다하누? 챙피하게ㅋㅋ 아는 사람만 알면 되는 것이지 ㅎㅎ
오늘 조카 선 보는날!
덕분에 좋은 산행도 했고 울산으로 오는 길이 즐겁기만 하다.
조카가 만난 장차의 부군님도 좋기만 하였다는 것과 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