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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마음의 글

불쌍한 계절

by 올곧이 2018. 11. 25.
마음이 심란하여 집사람에게 태화오일장 구경을 권했더니 얼른 나선다.
아마 집사람도 답답했던 모양이다.
특별히 살 것도 없으니 발걸음이 따라서 한가했다.
이리저리 구경하다 집사람이 고른 것은 김장에 사용한다며 다시물에 사용할 마른 매가리새끼 한봉지였다.
매가리의 죽음도 슬프게 보였지만 비닐봉지를 한쪽 어깨로 넘기고 태화강을 따라 대밭공원을 걸어 오는 내내 보이는 풍경들이 슬펐다.
이제는 푸른 잎이라고는 없어졌는데 메마른 강아지풀 줄기를 잡고 있는 메뚜기 한마리가 불쌍했다.
조금을 더 걸어 공원에 들어서니 마른 국화꽃들 사이에 심겨져 있는 반쯤 얼은 고무나무 잎사귀가 축 늘어져 불쌍해 보였다.
동네앞에 다달아 건널목에서 신호를 기다리는데 몸은 굽어져 머리가 땅에 붙을 듯 한데 건널목 신호를 보기위해 머리를 쳐드는 노인이 불쌍해 보였다.
그것들 보다 더 불쌍한 것은 한두번 본 사이도 아닌데 다른사람으로 착각하여 긴 인사를 건네고 상대가 의아해 하는데도 아직 착각에서 빠져 나오지 못한 나의 뇌가 더 불쌍하게 생각된다.
이러다 나중에는 가족도 알아보지 못할까봐 걱정인 내가 불쌍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