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상욱기자] 2008.12.10. 13:59
삼성과 LG, 현대차 등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인위적인 인력 구조조정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인해 실물경기 침체가 심화되면서 일본 소니 등이 대규모 감원결정을 내린 것과 비교하면 사뭇 다르다.
이는 과거 외환위기와는 상황이 다른 만큼 위기 이후를 철저히 대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삼성 고위관계자는 10일 사장단협의회 후 "통상적 차원의 인력조정은 있을 수 있지만 인위적인 조정은 계획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구조조정은 전사적 차원의 의지가 있어야 하는 문제지만 그런 것을 가지고 있는 것은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과거 외환위기 당시 약 30%의 인원을 줄였지만 무작정 인원을 줄인 것이 아니다"라며 "당시 자회사 분사, 사업부 매각 등이 이뤄지며 전체적으로 인원이 줄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임원 축소 등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계획이 없다"고 잘라말했다.
이에 앞서 LG그룹은 총수가 직접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자제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구본무 회장은 최근 각 계열사 최고경영자들과 만나 사업계획을 논의하는 `컨센서스 미팅`에서 각 CEO들에게 "어렵다고 사람을 내보내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구 회장은 "나중에 성장의 기회가 왔을때 그것을 놓치지 않을 수 있다"며 "어렵다고 사람을 안 뽑으면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변화와 혁신의 중심은 우리 구성원들이며, 구성원들의 자세와 생각이 LG의 미래를 결정한다"며 인재경영 의지를 재차 역설했다.
현대차그룹도 최근의 경영상 어려움에도 불구, 인위적인 감원에 나설 계획은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인력감축 가능성이 잇따라 제기되는 것에 대해 "실적부진자, 인사고과 최저자 등 예년수준의 자연감소외에 임직원에 대한 인위적인 감원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다른 해와 마찬가지의 기준을 적용해 퇴직대상자를 선별하고 있지만 인위적인 목표를 정해놓고 인력조정에 나선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이처럼 삼성과 LG, 현대차(005380) 등 대기업들이 인위적인 인력구조조정 가능성을 일축한 것은 이번 위기가 과거 외환위기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판단 때문으로 분석된다.
생존위기에 처했던 외환위기 당시와는 달리 이번 상황은 오히려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견해들이 나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삼성 고위관계자도 이날 "위기에는 기회가 같이오는 법"이라며 "오히려 어려울때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최근 이윤우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이나 남용 LG전자(066570) 부회장이 한결같이 이번 위기이후를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는 점도 이같은 맥락이라는 해석이다.